부활을 꿈꾸는 자들
부활을 꿈꾸는 자들
  • 김규원
  • 승인 2017.07.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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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 / 편집고문

[월요일 아침에]

이집트에 세워진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역대 왕과 왕비들의 신전을 세우고 미라(mira)로 만들어 그들의 육신을 오래도록 보존한 뜻은 ‘부활’에 있다. 시신을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하여 엄청난 인력을 동원하여 피라미드를 쌓고, 그 안에 부활한 뒤에 쓸 물건까지 넣어두고 방부 처리하여 미라로 만든 시신을 보관했다. 그들의 파라오는 신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부활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유대교와 거기서 파생한 기독교에서도 부활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다. 죽음에서 살아나는 부활이라는 희망과 꿈은 한정된 삶을 사는 인간의 마지막 꿈이다. 현대에 와서도 그리스의 오나시스 같은 이는 오랜 후에 의술이 크게 발달하게 되었을 때 부활할 수 있을까하는 희망으로 운명 직전에 급속냉동 방식으로 냉동하여 의학적 부활을 꿈꾸었다.

그 부활이라는 간절한 희망 때문에 천주교에서는 화장을 하지 않고 육신을 남겨야 영혼이 돌아왔을 때 되살아날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매장을 해도 세월이 지나면 육신은 썩고 삭아서 먼지로 남는 걸 생각하면 육신이라는 유기물질의 의미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라로 남긴 사람은 부활하고 시신이 썩어 사라진 이는 들어갈 육신이 없어 부활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웃기는 일이다.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까짓 육신 따위에 구애되어서야 전능하다는 능력에 흠이 가는 말이 아니겠는가.

6~7,000년 전에 부활을 기약하고 죽은 파라오들의 미라가 아직도 생생하게 있는 걸 보면, 그 달콤한 ‘부활’이라는 이름은 그저 인류 역사와 함께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에두르는 수단이 아니었나 싶다. 다시 말하자면 죽은 것이 다시 제 모습으로 되살아난 일은 인류 역사에 없다. 나약한 인간의 간절한 소망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성서에 예수가 사흘 만에 부활하였다고 적혀 있지만, 그건 예수 사후 2~3세기 후에 만들어진 성서 속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예수가 죽을 때 입었다는 성의(聖衣)가 등장하였지만, 10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조작된 증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부활절이 훨씬 지난 한 여름에 뜬금없는 부활이야기를 꺼내든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해 세계에 유례가 없는 평화적인 촛불시위로 사악한 정권이 국민의 힘에 의하여 탄핵되고,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다. 묵은 부패와 불법의 정권은 지금 그 우두머리인 박근혜를 비롯하여 그 핵심 수하들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이미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나라를 총칼로 차지하여 독재의 망령을 심고, 직 간접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을 파리 목숨처럼 죽였던 독재자의 딸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 능력이 없는 철부지 아줌마를 허수아비처럼 앉혀놓고, 나라를 떡 주무르듯 했던 교활한 여자와 그 아래서 분에 넘치는 벼슬을 살던 자들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인들의 생각이 급변하고 있다. 이슬람 권역과 목숨을 부지하기에 바쁜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각국의 국민들이 기득권층의 지배와 갑질에서 벗어나겠다는 강렬한 저항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이 트럼프를 선택한 것은 그의 무도한 정치행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로 세상을 바꾸고자 한 선택이었다. 이어서 프랑스가 39세의 젊은 소수파 대통령을 뽑고 그 정당에 표를 몰아 준 것도 기득권층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의미였다. 우리나라도 같은 이유로 탄핵을 하고 민주정부를 들어앉혔다. 영국의 총선도 마찬가지였고, 최근 일본에서 아베의 독주체제가 급속히 무너지는 이유도 자민당의 오랜 지배를 끝내고 싶은 여론의 발로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세계는 이미 하나다.

보수의 꿈은 기존의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민을 아랫것 부리듯 명령하고 회유하고 압박하며 저희들끼리 세상을 멋대로 주무르고 사는 일일 것이다. 여태까지는 걸핏하면 공산주의니 빨갱이니 좌파이니 하면 국민들이 믿어주었지만, 그동안 그들이 이름 지어 제도권 밖으로 밀어낸 인사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실감한 국민들에게 그런 얄팍한 페인트칠은 먹히지 않는 아이템이 되었다.

그런데도 보수 세력들은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모두 손에 든 스마트 폰에서 세계의 변화를 읽고 어떤 정치가 옳은 것인지 먼저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묵은 정치수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당 혁신위원장에 극우 일본 1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의 자금으로 세워진 아시아 연구기금 사무총장을 지낸 류석춘을 임명하여 친일 친박의 세상으로 회귀를 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정희 독재시대의 향수에 젖은 노인들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을 망발만 계속하는 자유한국당 홍 대표는 청와대가 여는 여야 영수회담도 거절하는 못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짐짓 청와대를 무시하고 반대하면 국민들이 잘한다고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지지율은 떨어진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몸부림을 쳐도 지난 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고 죽어 먼지가 된 독재의 망령은 부활하지 못한다. 새로운 시대를 위하여 묵은 생각과 하수인들은 이제 물러갈 때가 되었다.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협치 하기로 했으면 애들처럼 굴지 말고 좀 굵게 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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