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갈대의 생명력을 배워야 한다
국민의당은 갈대의 생명력을 배워야 한다
  • 신영배
  • 승인 2017.07.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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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 배 / 대표이사

연일 가뭄과 폭염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7월초에 벌써 한여름에 나타나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농촌, 도시지역 가릴 것 없이 짜증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행히도 조만간 장마와 함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기상청의 예보를 100% 믿는 건 아니지만 워낙 가뭄과 폭염에 허덕이는 요즘인지라 태풍과 장마 예보조차 반갑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몰고 온다. 더위를 식혀주고 부족한 비를 내려주어 고마울 수도 있지만, 농작물과 인명이나 재산을 앗아가는 괴물로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태풍에도 견뎌내는 식물이 있다. 바로 갈대다. 갈대는 볏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갈대는 물이 들어오고 나가거나, 깊어지고 낮아지는 수면 변화가 많은 습지에서 잘 자란다. 대부분의 갈대 서식지는 조수간만의 차가 많은 곳이다. 갈대는 보통 1∼2m로 자라지만 크게는 6m까지 자란다.

필자의 고향인 줄포만생태공원을 가보면 키의 몇 곱절이 되는 갈대가 많은 말을 걸어온다. 갈대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태풍 등의 거센 바람을 맞고도 뽑히지 않고 견디는 강인함이 있는가 하면, 미풍에도 살랑살랑 출렁이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또 갈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평화와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다. 어느 시인은 갈대는 죽음을 딛고 선 생명의 견고함이라고 묘사했다. 갈대는 인간의 속울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신경림 시인은 갈대의 흔들림을 보고 스스로 “슬퍼서 우는 제 울음”이라고 했다. 이처럼 갈대는 죽음과 외로움, 눈물 같은 이미지가 많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있어, 갈대의 매력은 무엇일까. 강인함 아니면 연약함 일까. 아니다. 갈대는 언제보아도 그 ‘흔들림’에 그 매력이 있고 언제나 자기의 소리를 내며 온갖 어려움을 견디는 한결같음이 있다. 아무리 큰 바람을 만나도 흔들거리기는 해도 꺾이거나 뿌리째 뽑히지는 않는다.

요즈음의 국민의당을 보며 갈대의 생명력을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비열한 선거공작으로 지탄을 받는 슈퍼태풍을 맞고 있는 국민의당이 자칫 분해되어 없어지거니 지리멸렬의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일각에서는 당 해체를 주장한다. 다수의 언론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단체장을 비롯해 지방의회에 출마하는 지원자가 없어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시중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상 최악의 지지율, 즉 5%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텃밭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민심은 국민의당을 떠났다. 만약 오늘 당장 선거를 치룬 다면 국민의당은 지원자가 없어 후보를 내세울 수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조작해서 국민들을 속인 일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당은 그 정체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좌고우면하면서 흔들렸다. 원로 의원들과 초선의원들 사이에도 말과 생각이 달랐다. 그런 애매한 정체성 때문에 지지를 받지 못하던 차에 이번에 조작사건이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어려움에 처했다.

국민의당이 지리멸렬하게 되면 그동안 양당구조에서 제3당이 생김으로써 견제와 협치를 이룰 수 있었던 순기능이 사라지게 될 것이 필자의 생각으로는 매우 아쉽다. 다시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구조로 후퇴한다면 특정지역에서의 절대 지지를 받는 정당의 오만과 전횡으로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결과가 올 것이다.

솔직히 전북의 유권자들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의 후보들을 지지했던 것은 국민의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정당 이기주의에 빠져있던 민주당의 전횡에 반기를 들었던 것으로 해석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민주당의 행태를 징계한 지난 총선에서 호남인들의 현명한 선택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쉽다는 말이다.

국민의당은 이참에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특정인의 정당이라는 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넘어질듯 휩쓸리면서도 결코 뽑히지 않는 갈대의 고귀한 생명력처럼 살아서 훌훌 털고 일어나 제3당의 존재가치를 국민에게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도 감추지 않고 스스로 밝혀 진정한 사실고백과 함께 벌을 받아야 할 자는 벌을 받고 진심으로 통회하고 쇄신하여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갈대밭에 들어서면 들을 수 있는 그 한결같은 소리와 뽑히지 않는 굳건함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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