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타는 날씨에 뜨거운 감자, 사드
목타는 날씨에 뜨거운 감자, 사드
  • 김규원
  • 승인 2017.06.25 14: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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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 /편집고문

비가 오는 둥 마는 둥해서 농부의 가슴이 타들어가는 월요일이다. 2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통령이 취임 후에 가장 먼저 미국을 방문하는 일이 관례처럼 된 일이 퍽 불쾌하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정권인수위원회도 없이 당선되자마자 취임하여 아직 내각도 꾸리기 전에 미국 방문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 더욱 서글프다. 다급한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고 내각 구성도 끝나지 않아 박근혜가 임명한 일부 장관들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미국을 가야하는 대통령의 심기도 내 심경보다 덜하지 않을 것이다. 야당의 ‘발목잡기 놀이’에 장관임명 동의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다급한 일자리 추경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 모든 것이 미완성인 채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가운데 미국을 방문해야 하는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미국을 향해 가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인 듯하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사드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사전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황경영향평가조차 없이 마구잡이로 들여온 사드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일이 미국의 비위를 거슬러 취임 후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되어왔다. 사드문제와 맞물려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고 한반도의 근본적 평화를 생각하는 문 대통령의 국정 방향도 미국의 뜻을 먼저 묻지 않는 점이 그들에겐 불편했을 수 있다. 미국은 초보 대통령을 불러들여 겁주고 어르는 절차를 거치면서 미국의 말을 잘 듣도록 순치하겠다는 심산인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의 현명하고 당찬 대응을 기대한다.

그동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발언을 몇 차례 띄웠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랭하고 되레 연신 미사일을 발사하며 ‘마이 웨이’를 보여주고 있다. 대북 제재의 수위를 한껏 높여 아무리 조여도 이미 조임 너트의 피치가 뭉개져서 헛바퀴만 돈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표면적으로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남북회담이라도 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찾겠다고 말하는 속심에는 평화협정을 할 것이므로 사드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시작전권도 미국에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생각이다.

지난날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대미 노선과 대동소이한 문대통령의 정치노선에 대해 미국은 불안하다. 트럼프가 아무리 위대한 미국을 외치며 고립주의로 나간다고 해도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잃는 결과는 원하지 않는다. 날로 중국의 국력이 커지고 있고 미국을 능가하지는 못할망정 어찌해볼 수 없는 수준의 군사력을 갖고 있는 현상에서 한국이 중국과 손을 맞잡게 되면 미국은 극동에서의 교두보를 잃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수족인 일본이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박근혜 정부가 탄핵을 당하는 기간에 서둘러 사드를 들여온 내막에는 틀림없이 일본의 간계가 숨어 있을 것이다. 강경화 장관이 위안부문제 합의 과정을 살펴보겠다고 한 것처럼, 사드 도입 과정도 철저하게 조사해서 갑작스럽게 사드가 들어온 과정을 밝혀야 한다. 중국과 한국이 가까워져서 서로 오가며 교역이 많아지고 윈윈을 이루어 잘 돼가는 일이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남북한의 평화로 이어지면 일본의 위치가 앞서 말한 것처럼 고립으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막으려고 사드를 배치하여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떼어놓고 남북 긴장관계가 풀리지 않도록 미국을 책동했다는 필자의 짐작이 아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갖은 아양을 떨어가며 미국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다.

지난 24일 서울 도심에서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이날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사드철회 평화행동' 집회를 개최했다. 소나기가 내리는 굳은 날씨에도 3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불법 사드 원천 무효', "사드 공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그 자리에 참석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한반도 사드배치는 백해무익하다. 미국이나 일본 방어를 위해 왜 한반도가 불덩이가 돼야하는가"라며 "촛불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시민들의 의지를 미국에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외침이 문 대통령의 미국 행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지만, 미국 대사관에서 본국 정부에 보고를 했을 것이고,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국민들의 반대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하다.

다시 정리하면 일본의 획책으로 기습적으로 들여온 사드를 어떤 방법으로든지 돌려보내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설 수 있고, 중국과의 관계도 원만해져서 남북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정말 어렵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사드문제는 결론을 내지 않고 국민정서에 기대어 미완성인 채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머나먼 미국방문 길이 편안하고 성공적인 결과로 매듭지어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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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ㄹㅇㄹ 2017-09-15 13:56:33
참 한심한 칼럼이다. 중국인 에게 조공이나 바치고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