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막말
그들의 막말
  • 전주일보
  • 승인 2017.06.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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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촛불 혁명에 힘입어 기세좋게 출범했던 새 정부가 안팎의 험난한 파고를 맞고 있다. 기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 '나라를 나라답게' 바꾸라던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강단있는 행보를 이어가던 중 기득권·적폐 세력들의 그악한 반발과 맞닥뜨리면서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가 아니나 그들의 반발은 거의 후안무치 수준이다.

그들은 새 정부의 각 부처를 책임질 장관 등 고위직 인사들의 청문회를 통해 물어뜯는 일을 마다 하지 않았다. 빌미를 제공한 새 정부의 허술한 인사 검증 절차와 해당 후보자들의 자기관리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야권의 도(度)넘은 물어 뜯기 강도에 비해 일부를 빼고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업무 수행능력과 관련해 결정적 하자로 보기 어렵다는 점 또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임명을 강행했다. 북핵과 사드, 위안부 등과 관련한 대미, 대중, 대일 외교적 업무는 눈 앞의 불이다. 촛불 시위에 나섰던 시민들이 요구했던 재벌, 검찰 개혁 등 기득권의 적폐 청산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대내외적으로 대처하고 처리해야할 일들은 산적해있다. 이를 처리하는데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국민의당까지 가세한 온갖 딴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강·김 임명 강행 후과로 국회는 이틀째 파행을 겪었다. 국회 운영위 소집을 둘러싸고 여야는 대치를 이어갔다. 한국당, 바른정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으로 국토교통위, 국방위, 외통위, 교문위 등은 공전했다. 김현미 보고서 채택 불발. 김상곤, 조명균, 송영무 후보자 청문 일정 미 확정. 그 와중에 장내외의 막말은 점입가경이었다.

 "이 정권은 '주사파 운동권 정부'"(한국당 홍준표). "(문재인정부가) 오래 못갈 것 같다"(〃 이철우). "깡패같은 놈들"(〃 강동호). "푸른 집만 가면 불통, 루비콘 강 건너지 않기를…"(국민의당 이언주) 등등.

 "나는 네가 지난날 했던 일을 알고있다"고 했던가. 줄기차게 새 정부를 물어뜯는 그들. 그들이 지지·묵인·방조·은폐·부역하면서 민주주의 흑역사를 써 내려간 이전 정권 인사 청문 후보자들의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낯부끄러웠던 흠결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그들은 '국회경시', '국민을 기만하는 독선적 정부운영', '민심의 역풍'을 운운하고 있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누가 국회를 경시하고 독선적이며 민심의 역풍 앞에 설 지는 유권자가 판단한다. 그들이 들이댈 잣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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