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그리고 장군
칼의 노래, 그리고 장군
  • 전주일보
  • 승인 2017.06.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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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은 장군(충무공 이순신)의 고뇌와 죽음에 대한 사유를 회고했다. 소설 '칼의 노래'를 빌려서였다. '충무공-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라는 부제의 소설은 1인칭 시점이다. 임진왜란 당시 장군이 백의종군할 무렵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때까지 2년여의 이야기를 그에 담았다. 전투를 전후로 한 심정과 혈육의 죽음, 권력의 덧없음과 폭력성 등을 그려냈다. 날카로운 칼의 모습을 통해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무장의 충(忠)·효(孝)보다 지극한 고독함과 삶의 무의미와 죽음이라는 현존 앞에서 고뇌하는 실존주의자의 의미를 되 새겼다.

그 김훈이 최근 "정의니 도덕이니 하는 모호한 관념들이 사회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의 또 다른 소설 '남한산성' 100쇄 기념 간담회에서 그랬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해 강력한 군대를 앞세운 청(淸)의 침입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척화파와 그 반대편에 선 주화파 간의 극렬한 대립과 분란을 다뤘다. 2007년 남한산성 초판을 낸 김 작가는 오늘의 상황을 당시에 빗대 '모호한 관념'들이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은 강한 무력을 가진 군사적, 정치적 실체며 이미 싸움과 대화의 대상인데 이를 두고 벌이는 '주적 논쟁'에 대해 "병자호란 때의 무지몽롱하고 관념적인 주화-척화 논쟁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상황에 대한 현실론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는 명량대첩 축제를 구경하고 돌아오던 길에 함께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김 작가에게 "병자호란에서 주화파를 대표했던 최명길과 척화파를 대표했던 김상헌 가운데 어느 편이냐"고 묻고 "나는 최명길을 긍정한다"고 했다는 이야기다. 불굴의 민주투사 김 전 대통령이 "최명길을 긍정한다"고 한 언급과 관련해서는 "'타협할 수 없는 이념의 지향성'과 '당면한 현실의 절벽' 사이에서 몸을 갈고 인고의 세월을 버텨내며 길을 열어간 김 전 대통령의 생애를 생각했다"는 '못다한 말'도 덧 붙였다.

 '칼의 노래'의 주인공인 장군의 검(劍)은 '쌍룡검'이다. 해모수의 용광검, 백제의 칠지도, 김유신의 사인검, 이성계의 전어도 등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명검 가운데 하나다. 그 검에 "쌍룡검을 만드니 천추에 기상이 웅장하도다. 산과 바다에 맹세한 뜻이 있으니 충성스러운 의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도다"라고 새겨져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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