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사후 웨딩
연인의 사후 웨딩
  • 전주일보
  • 승인 2017.06.07 1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혼상제에 관한한 형식은 달라도 정서는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파리에서 사후 결혼식이 열렸다. 우리의 경우도 결혼 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 죽은이들을 이어주는 영혼 결혼식을 올리거나 한 사람이 먼저 갈 경우 사후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 저승을 알 수 있을까 많은 그곳에서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이승의 따듯한 마음의 반영이고 먼저 생을 마감한 이를 향한 남은 이의 사랑의 표현이다. 얼마나 사랑해야 저승의 그(녀)에게 사랑을 맹서할 수 있을까.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지만 그 뜨거운 사랑은 다른 이들에게 사랑에 대한 질문을 되 던진다.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사랑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 연인이 생을 달리할 경우 죽은 이가 생전에 결혼에 대한 명백한 의지를 지녔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대통령 행정명령 형태로 사후결혼을 인정한다. 동성연인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샹젤리제 거리 총격 테러로 숨진 고 자비에 쥐젤레 경관과 그의 동성연인 에티엔 카디유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리 14구청에서 사후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 안 이달고 파리시장도 하객으로 참석했다. 이에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이 주재한 추도식에서는 연인이 추도사를 읊었다. 21세기 들어 프랑스는 사후결혼과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프랑스 뿐아니라 수백년을 카돌릭, 개신교라는 종교가 법위에 군림했던 많은 나라들이 동성결혼을 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동성연인들의 사후 결혼이 남다르게 보이는 것은 이 나라 처지 때문이다. 최근 국방부가 동성간의 사랑을 법으로 처벌했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부부강간죄를 도입한 나라가 어떤 사랑은 법으로 단죄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최고 지성과 문인들을 생각해본다. 20세기 최고의 철학자 중 한 명인 미셀푸코나 20세기 최고의 시인 소설가인 랭보, 프루스트 등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찌되었을까.

이땅에서도 학문적 문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과할까. 뉴욕 문화예술계는 동성의 사랑이 주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과 음악 영화 등 분야를 막론하고 셀러브리티나 유명 예술가들은 동성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 가난이나 장애 혹은 동성 사랑이라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라는 자신의 태생이 삶의 굴레가 되는 사회가 어찌 인권을, 창의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다르면 다른데로 멸시나 차별없이 그 자체로 개인의 존엄을 지킬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비오는 오후 사랑과 존엄을 묻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