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버블
필터 버블
  • 전주일보
  • 승인 2017.05.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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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버블(Filter Bubble)이란 인터넷에서 기업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가 걸러진(filtering) 정보만을 접하면서 점점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의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이사장이 저서 ‘생각 조종자들(원제: The Filter Bubble)’에서 인터넷 시대의 위험성을 경고한 용어로 썼다.

거대 인터넷기업들은 모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쇼핑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취향·관심사·취미·성격 등을 분석해 각 개인에게 맞춤정보를 제공한다. 개인의 성향에 맞는 뉴스(News)만 모아서(Curation) 제공하는 개별화된 뉴스 서비스인 뉴스큐레이션(Newscuration)도 이 중 하나다.

문제는 이 최적화된(필터링된) 정보의 두 얼굴이다. 맞춤형 정보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취향에 맞는 것들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그러나 ‘맞춰진’ 정보가 개인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강화할 수 있고 심지어 제공된 정보에 의해 생각이 조작(조종)될 위험성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하는 것만 보고 듣고 소비하는 경향이 강화될 경우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을 떠도는 가짜뉴스는 필터버블의 대표적 예 중 하나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SNS에서 가장 인기 높은 뉴스가 뉴욕타임스나 CNN 같은 주요 매체가 아니라 가짜뉴스(거짓)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과정 참가자들이 SNS의 필터버블이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조사를 해봤더니 필터버블의 위험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경우 ‘손석희 거짓말’ ‘변희재의 의혹제기’ 등 자신들이 원하는 뉴스(가짜)에 주로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생각들이 넘쳐나고 어우러지는 게 아니라 특정 입장과 생각이 강화되고, 거짓이 진실로 변신하는 장으로 전락해가는 양상이다. 그 길목에서 개인의 사적 ‘취향’이 의지와 무관하게 깔때기로 쓰인다니 함정에 빠진 느낌이다. 고립을 탈피하고 기술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끈질기게 찾아나가야 할 일이다.

뉴욕타임즈가 가짜뉴스라고 공격한 트럼프에 응수해 선보인 광고 문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진실은 알기 힘든 것, 발견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진실을 아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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