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나 도로보데스
민나 도로보데스
  • 전주일보
  • 승인 2017.05.14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泥棒です). ‘모두가 도둑놈이다’라는 뜻의 일본어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 부역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공주갑부 김갑순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한다. 해방 후 자유당 정권 때는 이 말이 유행처럼 번졌고 4·19 직후 첫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된 김상돈씨가 취임식장에서 이를 인용하면서 대중에게도 알려지게됐다고 한다. 충남 공주 출신 김갑순은 우연히 의남매를 맺은 여인이 충청감사의 첩이 되면서 그녀의 도움으로 하급관리를 거쳐 석성(현재의 부여)·공주 군수 등 관직을 꿰찬다. 일제에 부역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친일로 1928년 쇼와(昭和) 천황 즉위기념 대례기념장을 받았다.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됐으나 위원회가 해체되는 바람에 처벌되지 못했다. 김갑순의 ‘민나도로보데스’에 대해 전남대 철학과 박구용 교수는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자기의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하는 전략’으로 분석한다. ‘이상과 현실을 이분법으로 나눠 현실을 바꾸고 싶지 않거나 혹은 그런 일에 관심을 쏟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영혼을 병들게 한다’는 지적이다. 더러운 정치인들에게 질린 대중이 정치를 혐오하게되면 역설적으로 그 폐해가 대중을 덮치는 역사의 처참한 아이러니를 경계한 것이다.

단죄되지 못한 김갑순의 전략이 시대를 넘어 4차혁명이 진행되는 21세기 한 복판에서 다시 차용되는 양상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중앙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자유한국당 소속 신연희 강남구청장 이야기다. 신 청장은 지난 주말 ‘카톡글을 공유했다고 비방하는 것은 정치적 탄압’이라며 민주당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라는 주장을 폈다. 심지어 자신의 가짜뉴스 행위를 촛불 시민들의 탄핵주장 의견 개진에 비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촛불국민들의 민의를 자신의 거짓 주장과 병치시킨 것이다. 지난 가을과 겨울을 건너 이 봄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낮과 밤의 차가운 바람을 마주해야했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소신’이라면 그에 부합하는 댓가를 지불하면 될 일이다.

신 청장이 믿고싶지 않은 진실이 여기 하나 더 있다. 지금은 일제시대도 자유당 시대도 아니다. ‘거짓’을 ‘거짓’이라고 명할 수 있는 촛불국민의 시대다. 우리 속담에 ‘똥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그 냄새가 구리고 썩었으면 ‘방귀’를 ‘똥’으로 강조했을까. 이 벚꽃 화사한 봄날에 염치라는 말을 생각해보라고 권한다면 그에겐 과한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