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의 퀘렌시아
박영선의 퀘렌시아
  • 전주일보
  • 승인 2017.04.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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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소(牛)가 싸움을 벌이는 한 쪽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다. 사람의 공격 대상이 되는 소가 쓰러질 만큼 지쳤을 때 잠시 숨을 몰아쉬며 쉬는 곳이다. 그 곳에서 쉬면서 다시 에너지를 모아 기운을 되찾아 싸우기 위한 소의 휴식처인셈이다. 소만이 아는 그 자리가 바로 '퀘렌시아(Querencia)'다.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를 의미한다.

소 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이가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그래서 힘을 모을 수 있고 회복의 장소로 의미되는 곳이 퀘렌시아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퀘렌시아'를 언급하며 지난 16일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에 전격 합류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원 멘토단장을 맡았었다. 그러나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문 후보측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수많은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 '조직적 악성 댓글' 등으로 심한 상처를 입었다. 문 후보는 후보 확정 직후 '문자폭탄'을 '양념'으로 비유했다가 "상처받은 사람에게소금을 뿌리는 것"이라고 공개비판까지 당했다. 이같은 상처로 박 의원은 당초 선대위 합류를 꺼려했다. 대선을 앞두고 탈당 설마저 나왔다.

문 후보의 진정이 왜곡됐다기 보다 박 의원이 받았던 깊은 상실감과 상처를 세심하게 들여다 보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문 후보가 뒤늦게 이를 깨닫고 '삼고초려'를 통해 박 의원에게 다가갔다. 간곡하게 설득하고 박 의원의 애초 취지를 공감하며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박 의원이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이날 SNS에 올린 '퀘렌시아에서 만난 것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 '퀘렌시아' 피정을 마치며 고난 후 부활하신 예수 부활의 의미를 묵상한다"며 " 퀘렌시아를 떠나며 내 마음 속에 분노를 화해와 통합의 에너지로 대신 채운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안(희정)지사와도 얘기를 나눴고 문 후보와도 만났다"며 "대한민국이 처한 절대위기를 절대기회로 바꾸기 위해선 통합이 곧 미래이고 희망이라는 것,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결연한 통합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박 의원은 "문 후보의 압도적 승리와 국민 통합을 위해 전국의 방방곡곡을 누빌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과 함께 했던 변재일 의원도 마음의 빗장을 열고 동반 합류를 선언했다. "용서할 때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도 했던 박 의원의 꿈과 문 후보의 의지가 결합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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