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피킹
체리피킹
  • 전주일보
  • 승인 2017.04.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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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지난달 유럽연합(EU) 탈퇴 방침을 공식 통보하는 서한을 EU에 전달하면서 브렉시트가 본격화 됐다. 이별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1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 처벌은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챙기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을 막겠다’고 응수했다.

체리피킹은 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를 통칭한다. 경제학, 금융, 마케팅, 심리학 등에서 다양하게 원용된다. 과수원에서 과수업자들이 잘 익고 빛깔 좋은 과일만 채집해서 유통시키는 것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도매상이나 소비자들은 수확한 과일만 보고 과수원의 과일이 다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시장에 나온 과일은 과수원의 일부 표본일 뿐인데 이를 전체 표본으로 잘못된 환상을 가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거꾸로 판매자의 눈속임 전략에 속지 않고 합리적 소비패턴을 고수하는 까다로운 소비자 행태(체리피커 Cherry picker)를 말하기도 한다. 금융시장에서 가치주 중심으로 주식을 매입하거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

논리학에서는 자기에게 불리한 사례나 자료를 숨기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나 자료만 선택적으로 제시하는 걸 가리킨다. '불완전 증거의 오류(the fallacy of incomplete evidence)'라고도 한다. 심리학에선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편향적 태도나 경향을 가리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이 선고될 때까지도 탄핵되리라는 걸 가정조차 안하고 있다 이틀이나 더 머문 뒤에야 청와대를 떠났다. 삼성동 자택에 이르러서도 ‘진실은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일갈했다. 검찰조사에서도 법원 영장실질심사에도 이미 드러난 증거와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모르쇠와 부정으로 일관했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명백한 사실조차 부정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끝내 자신이 구속되리라는 것도 예상치 못한 듯 했다. 온 햇살 아래 노출된 사안에도 일관(편향)되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박 전 대통령의 신념(확증)은 지도자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꾸로 얼마나 위험한지를 역설적으로 반증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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