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세월호
아! 세월호
  • 전주일보
  • 승인 2017.03.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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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2014년 4월16일), 대한민국은 참으로 비통한 침묵 속으로 빠져 들어야 했다. 대통령은 그 위치가 의혹의 베일에 가려졌으며 정부의 존재감 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 땅에 자녀를 두고 살아가는 부모 치고 속수무책으로 그 크기를 더해가는 무기력에 혼이 달아나고 넋을 놓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 참혹했던 현장. 사실에 입각해 진실을 알려야할 책무를 지닌 언론계 종사자들 또한 예외없이 '기레기'로 전락해갔다. 채 피어나지 못하고 저 세상의 꽃으로 사라져간 아이들에게 모두가 사면받지 못할 죄인들이 되고 말았다.

그날 이후 일상을 찍어누르는 트라우마는 대한민국을 망령처럼 휘젓고 다녔다.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발언에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했던 우리의 아이들은 영원한 별리(別離)로 멀어져 갔다. 갇혀있는 아이들이라도 구조하자고, 침몰의 원인을 따져보자고, 그에 책임있는 자들의 죄책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가슴 절절히 외치는 부모형제들의 넋잃은 호소는 다만 허공 중의 메아리일뿐 이었다. 아니 조소나 조롱으로 반향되어 왔다. 사람의 탈을 쓰고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 지겹게 이어졌다. 미증유의 사고는 단순 해양사고로 강제 포장돼야 했다. 피끓는 진실규명의 주장 또한 '시체 장사'라는 비아냥에 어이를 잃을 지경이었다. 그런가 하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은 치킨과 짜장면 파티에 파 묻혔다. '돈없는 부모의 아이들이라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가다 목숨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빈부(貧富) 원인론은 또 얼마나 SNS를 활보하고 다녔는가.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획죄어천 무소도야·獲罪於天 無所禱也)'고 했다. 하늘은 곧 백성이다. 사람들의 절절한 호소를 외면한 채 하늘에 죄를 짓다가 종당에는 무능, 불통, 암흑 세력에 대한 봉기와 징치의 연원이 되었다. 거대한 촛불의 물결, 탄핵, 파면은 다 원인 행위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진실은 여전히 깊은 물 속에 가라앉아 있다. 3년여의 세월은 그렇게 무상하게 흘러가 버렸다. 세월호 인양. 그간 몇차례 마지못해 마음에도 없는 시늉은 있었다. 업체 선정도 문제지만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방해, 지원 거부, 예정된 조사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해체 결정을 내린 후안무치의 행위들도 겹쳐졌다.

거짓과 은폐, 이 땅의 모든 악(惡)과 무능, 무지 등이 덕지덕지 달라 붙어있을 세월호가 마침내 인양된다고 한다. 유족들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눈 부릅뜨고 귀를 더욱 가까이 대고 감춰진 진실이 물밖으로 나오는 것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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