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밝히자
진실을 밝히자
  • 신영배
  • 승인 2017.03.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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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

최근 기온이 아침과 저녁으로 변덕스럽다. 이런 때는 생체리듬이 깨지기 쉽다. 면역력이 저하되고 날씨가 추운 겨울에 적응했던 신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춘곤증 같은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민들은 지난 겨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으로 몸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그는 국민에 의해, 국회를 거쳐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을 당했다.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이 법에 따라 파면이 되면 춘곤증 같은 증상은 곧 사라질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박 씨의 행동과 그의 곁에서 딸랑거리는 몇몇 무리들로 인해 춘곤증을 넘어 쉼 없이 잠이 오는 ‘닭병’ 증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곤 한다.

탄핵심판 당일 지인들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 인근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와 함께 생중계로 진행된 헌재의 재판과정을 지켜봤다. 모처럼 속이 시원했다. 이날만큼은 점심 후에도 졸음이 오지 않았다. 사이다처럼 시원한 이정미 소장 대행의 판결에, 쌓인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갔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박 씨가 관저에서 즉각 나가지 않고 묵묵부답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또다시 속이 부글거렸다.

물론 그가 돌아갈 사저의 보일러 등 살림살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여서 그랬다지만, 난 달리 생각했다. 저지른 잘못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에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믿어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게 불쾌했다.

박정희가 재벌들을 불러 호통 치는 걸 보아온 그로서는 재벌들의 돈을 최순실에게 주도록 한 게 무슨 죄가 되느냐는 시각인 듯하다. ‘그런 일은 통치행위의 일환이고, 최순실이 돈을 받았으니 난 죄가 없다. 그런데 왜 날 파면하느냐? 불쾌하다.’ 라고 헌재의 결정에 불복해 말 한 마디 없이 버텼을 것이다.

그는 사저로 돌아가는 길목에서도 대국민 사과성명은 고사하고 “진실은 밝혀진다.”는 말로 불복의 메시지만 남겼다. 국민들에게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참으로 오만방자하고도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

턱없는 거짓말에 속아 상식 밖의 인격을 가진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들은 그의 행동을 보며 지난 대선에서의 실수를 한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국회 탄핵을 통해서라도 그를 끌어 내린 일이 그나마 잘한 결정인 것 같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1일 오전 9시30분까지 서울 중앙지검에 출두하라고 통보했다. 혐의는 직권남용을 비롯해 뇌물죄 등으로 박 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이제 검찰이 그의 주장대로 진실을 분명하게 밝히게 될 것이고, 조사를 통해 밝혀지는 내용에 따라 구속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박 씨는 헌재판결 이후 삼성동 자택에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불복의사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박사모’에게 둘러싸인 채 환한 미소와 함께 자신을 따르는 김진태와 조원진 등 몇몇 사람들과 환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란 듯이 연출했다. 한마디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였다.

무엇 때문에 5년의 대통령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4년 만에 조기퇴진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태도였다. 국민들은 그가 대통령직에서 파면을 당한 후 자신의 잘못과 헌재의 판결을 인정하길 바랐다. 최소한 자신의 무지와 무능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반대의 행동으로 국민을 능멸했다. 그리고 서청원과 최경환이 총괄을 맡고, 윤상현 · 조원진 · 이우현이 정무를, 김진태가 법률을 담당하는 보좌진을 구성하여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세력을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박 씨와 친박 몇몇이 극우세력의 지원을 받아 국민과 맞짱을 뜨겠다는 태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박 씨를 선거의 여왕으로, 그 치마폭에 매달리면 살길이 열릴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웃프다.

평소 박 씨의 언행을 살펴보면 참으로 염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했던 그가 정작 자기에 대한 결정에는 서슴없이 불복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표리가 부동한 인격체임을 여실하게 증명한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그것도 국민의 힘에 의해, 국회에 의해,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쫓겨났다. 이제는 그의 말대로 진실을 밝히는 일만 남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은 향후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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