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향(香)을 팔지않는다
그 향(香)을 팔지않는다
  • 전주일보
  • 승인 2017.03.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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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봄을 알리는 상징꽃이다. 한 겨울 추위보다 봄이 오기전 추위가 더 매섭다. 그 서슬퍼런 추위를 뚫고 피어나는 꽃이 매화다. 추위에 피어나 동매(冬梅)요, 눈 속에 핀다해서 설중매(雪中梅)다. 또한 봄꽃 가운데 그 어떤 꽃보다 먼저 피어나 봄을 알리기 때문에 화괴(花魁·꽃의 우두머리)다.

절개곧은 우리의 옛선비들은 매화를 사랑했다. 곧은 기개로 피어나고 은은한 향(매향·梅香)이 남달라서다. 사군자(四君子) 가운데 맨 첫머리에 위치해 매난국죽(梅蘭菊竹)이라 한다. 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매화나무는 정당매(政堂梅)다. '양화소록(養花小錄)의 편찬자인 강희안의 부친 강희백이 심었다. 지리산 자락인 경남 산청군 단성면 단속사 뜰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정당매는 수령이 600여년을 넘는다. 매화를 좋아했던 단원 김홍도의 일화도 있다. 어떤 이가 매화나무를 팔고자 찾아왔다. 돈이 없었던 단원은 매화를 사지 못했다. 마침 또 다른 이가 단원에게 매화를 그려달라며 그림값으로 3천냥을 선뜻 주었다. 그 돈을 받은 단원은 2천냥으로 매화를 사고 8백냥으로는 벗들과 술을 사 마셨다. 이른바 '매화음(梅花飮)'이다. 퇴계의 제자 정구는 고향 성주에 회연서원을 세우고 매화를 심어 백매원(百梅園) 속에서 수양했다. 조선 중기 문신 상촌 신흠(申欽)은 야언(野言·수필집)에 매화와 관련된 한시(漢詩)를 남겼다.

동천년로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제 가락을 간직하고)/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梅香·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그 향을 팔지 않는다)/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달은 천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이 변함없고)/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여도 새 가지를 낸다).

매서운 추위에도 향(香)을 팔지않고 때가 되어야 꽃을 피우는 매화처럼 모름지기 사람의 처세는 근본을 일그러뜨리지 않고 꼿꼿해야 함을 의미하는 내용이다.

지난해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대하는 이들의 다양한 모습이 스크린된다. 정치인, 관료, 학자 등 지식인을 비롯한 갑남을녀. 그 처한 곳에 따라 표출하는 의견과 주의·주장이 각약각색이다. 특히 어둠의 권세와 사익을 좇아 양심을 져버리고 영혼을 잃은 채 값싼 향(香)을 파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의롭지 못한 시대의 난신적자(亂臣賊子)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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