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지도 그리고 여성의 스펙
출산지도 그리고 여성의 스펙
  • 전주일보
  • 승인 2017.03.0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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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에 대처하는 한국 공직사회의 ‘창조적’ 대응이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초저출산, 인구절벽시대’에 대처하는 정부의 출산율 정책 이야기다.

저출산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의 상황인식은 낮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10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2005년 ‘저출산 고령화 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152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통계청의 2016년 출산아동은 40만6,300백명으로 역대 최저다. 또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도 17명으로 7년만에 최저치다. 정부, 비상한 각오로 다시 총력대응을 다짐한다. 보건복지부는 각계 전문가로 ‘인구정책개선 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대응모양새를 갖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최근 출산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혼인율 제고방안이 그야말로 ‘창조적’이다. 요약하자면 ‘여성의 고스펙이 문제니 여성이 많은 스펙을 쌓지 못하도록 불이익을 주자, IT를 활용해 남녀 만남(짝짓기)을 지원하자’는 등 이다.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수준으로 은밀히 진행’하라는 실천방안까지 내놨다. 이 연구원 (전)원장의 연구자료다. 이뿐 아니다. 지난 연말 행정자치부도 놀라운 ‘창조력’을 발휘했다. 지자체별 가임기 여성(20~44세) 숫자를 표시한 ‘출산지도’를 선보였다. ‘가임여성’을 기준으로 전국을 5등급으로 나누고 순위를 매겼다. 극단적으로 ‘여성’ 자리에 ‘한우·양돈’등을 집어넣으면 축산농가 사육 현황으로 쓸 수 있다.

출산율 정책에 대한 정부의 ‘창조적’ 행태의 밑바닥에는 무식과 무지뿐 아니라 인식의 천박함이 자리하고 있다. 뿌리깊은 여성비하와 출산을 종합적인 사회문제로 보지 못하고 여성을 관리하겠는 발상이다. 출발점이 이같으니 처방이 제대로 나올리 없다. 2015년 만혼에 대한 한 연구조사에 나타난 응답자들의 반응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남녀 모두 ‘출산과 양육’ ‘결혼 비용’ ‘늦어진 취업’ 등을 순위만 바꿔 꼽았다. 출산율 제고는 육아와 교육, 복지, 생계 등 삶의 총체적 관점에서 복합적으로 접근하는 인식의 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굳이 성공한 외국사례를 예로 들 필요도 없다. 정부의 대응전략 수정이 절실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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