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彈劾)과 반정(反政)
탄핵(彈劾)과 반정(反政)
  • 전주일보
  • 승인 2017.02.23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손법상 전주 코아교회 목사

2016년 10월 초에 고영태씨의 제보에 의해 최순실씨 소유 테브릿 P.C가 JTBC에 의해 세상에 공개되면서부터 최순실씨와 그 일당들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또 테블릿 P.C 안에 담긴 국정 농단 사건과 더불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사건이 그 실체가 드러나 국민들의 감정은 급속도로 악화 되었고, 세월호 사건이 터지던 날의 대통령의 불분명한 행적이 국민들의 성난 촛불 민심으로 타올라, 대통령을 탄핵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헌정사상 대통령 탄핵을 우리는 두 번째 경험하고 있는데 한번은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 때입니다. 그때 박근혜 씨가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탄핵이 기각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했습니다.

그가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탄핵 반작용으로 과반수이상의 국회 의석을 장악하여 국정개혁의 절대적인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임기 말 레임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더니, 퇴임 후에 이명박 정부에 내몰리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슬픈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더니, 불과 10년 만에 공격과 수비가 바뀌어 박근혜 씨가 탄핵 대상이 되어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때 노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김기춘 씨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습니다.

반면, 한때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동참했던 일과 다수당의 프리미엄도 살리지 못해 폐족(廢族)으로 자처하던 친노 세력은, 겨우 숨만 쉬던 존재에서 지난 총선에 제1당으로 화려하게 복귀하여, 세력의 핵심인 문재인 씨와 안희정 씨는 지금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명박 때에 수세에 몰렸던 친박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 함께 부활하여 지난 4년간 권력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오만했던 그들은 지난 총선에서부터 몰락하여 이제는 스스로 친박이었음을 부인하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새누리당이 ‘바른정당’과 분당되면서, 남은 자들은 ‘자유한국당’으로 이름표를 바꿔달고 그 뿌리인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정치는 참으로 무상한 것인가 봅니다.

조선시대에도 대통령 탄핵과 비견할 만한 사건들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하나는 연산군 때 일어난 중종반정입니다. 왕이었던 연산군을 폐위하고 중종이 왕이 된 사건입니다. 또 하나는 광해군을 폐위하고 인조가 왕이 된 인조반정입니다.

연산군은 그 어머니 폐비 윤 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시작하면서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일으켜 수많은 무고한 선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방탕과 학정을 자행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뿐 아니라 지금의 그 누구도 연산군을 폐위하고 중종이 등극한 일에 대해 시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조반정은 연산군 폐위와는 그 성격과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무엇이 다를까요? 인조반정은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 집권으로 득세한 대북파에 의해 권력의 핵심부에서 밀려난 서인들이 정치적 몰락을 우려한 위기의식에서 일으킨 정치적 쿠데타였습니다. 그래서 인조반정은 분명 중종반정과는 다른 권력다툼의 산물입니다.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연산군과 광해군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시대와 인물이 다르고, 사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쉽지 않습니다. 탄핵절차가 진행되어 가면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구속되고, 정치권력을 독점하던 세력들은 밀려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순수한 마음으로 일어선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폐족을 자처하던 이들이 득세하여 자기들끼리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차기 권력 쟁취를 위한 다툼을 벌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제 눈에는 중종반정보다는 광해군 때의 인조반정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옳다거나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은 이 혼돈의 역사가 어디로 흘러가는 지를 지난 역사에 비추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차기 정치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는 자들의 욕심에 우리가 부화뇌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과거에도 하지 못했던 모든 적폐청산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꺼번에 다할 수 있을 것처럼 선량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태 속에 감추어진 권력욕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제 다가오는 대선 국면에서 우리 국민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고,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겨우내 광장의 차가운 바닥에서 촛불을 들고 어둠을 밝힌 국민들에 의해 참된 민주주의가 이 땅에 뿌리내리도록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정치인들에 의해 강요되는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불의에 맞서 촛불을 들고 어둠을 밝히는 국민들이 이 땅과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탄핵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탄핵이후 우리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입니다.

/손법상 전주 코아교회 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