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
용(龍)
  • 전주일보
  • 승인 2017.02.0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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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신화나 전설상의 신령한 동물이다. 용과 더불어 신이(神異)한 동물인 대붕(大鵬)도 인간의 상상속에서 창안된 큰 새다. 대붕은 구름을 일으켜 큰 바람(大風)을 타고 여섯달 동안 구만리 장천을 날아간 뒤에야 비로소 쉰다(장자 내편 소요유). 대붕의 뜻이 세상 밖 우주를 넘나드는 크고 넓음이라면 용의 기상 또한 영웅의 그것에 비견될만 하다.

중국의 후한(後漢) 말, 하나였던 천하가 다시 나뉘었다. 훗날 위주(魏主)가 된 조조(曺操)가 아직은 한(漢)의 승상으로 있던 시절, 유비(劉備)에게 용을 화제삼아 영웅의 의미를 설파했던 논평은 유명하다. '용이란 크고 작아지기를 마음대로 하며(能小能大), 위로 솟고 아래로 숨기를 또한 마음대로 한다(能昇能隱). 크게 되면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토하며, 작게되면 겨자씨만해지고, 형태를 감추어 버리기도 한다. 솟은즉 드넓은 우주 사이를 날고, 숨은즉 파도 안에 엎드려 없는듯이 보일수도 있다. 용이란 물건은 말하자면 영웅에 비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조의 논거에 따르면 무릇 영웅은 '가슴에는 큰 뜻을 품고 배에는 좋은 지모가 가득한 사람으로 우주의 기운을 머금고 하늘과 땅의 뜻을 토해내는 자'다. 큰 뜻과 우주의 기운을 품고있어야 영웅이고 용의 기상을 갖춘 자라는 것이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만나 천하삼분지계를 완성하기 전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하고 있을 때였다. 형주를 삼키려는 유비의 야심을 알아챈 유표의 신하 채모가 유비를 헐뜯어 내치기 위해 지어낸 시(詩)에도 용의 이야기가 나온다. /용이 어찌 못 속의 물건이랴(龍豈池中物)/천둥타고 하늘로 오르려 하네(乘雷欲上天)/. 채모에게는 유비가 천둥타고 하늘로 오르려는 용으로 인식됐다.

못속에 웅크리고 있으면 이무기에 불과하다. 물 밖으로 뛰쳐나와 하늘로 높이 솟아올라 구름을 모으고 바람을 불러와야 진정한 용이다. 잠룡(못속의 용), 와룡(누운 용), 복룡(엎드린 용)이 비룡이나 창룡으로 변해 천하를 종횡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4월 총선거가 끝나고 정계개편설과 함께 내년 대선을 향한 정국을 앞두고 잠룡들의 움직임이 세간에 회자된다. 바야흐로 못 속의 용, 풀 숲에 눕거나 엎드린 용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항간에 거론되는 뭇 잠룡들 가운데 과연 가슴에 큰 야망을 품고 우주의 기운을 머금은 채 하늘과 땅의 뜻을 토해내려는 영웅의 기상을 가진 제대로 된 용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외양은 용이로되, 속내는 이무기만도 못한 짝퉁 용들이 적지않은듯 해서다. 진정한 용이라면 대의와 명분이 뚜렷해야 한다. 그 대의와 명분은 국민들의 안위를 보살펴 그들을 살 찌우고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가져오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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