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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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17.01.2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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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사랑속에 드라마 ‘도깨비’가 종영했다. 드라마는 종영됐지만 우리가 한때 잊고 있던 ‘도깨비’가 21세기 도심 한복판으로 다시 소환되면서 설렘과 그리움을 선사한다.

도깨비는 민담과 설화형식으로 긴 세월을 함께 해왔다. 삼국유사 ‘비형설화(鼻荊說話)’가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도깨비다. 신라 진평왕 때의 도깨비 두목 비형의 이야기로 도깨비의 초인간적 능력을 잘 나타낸다. 비형이 하룻밤 사이에 신원사(神元寺) 북쪽 도랑에 큰 다리를 놓는 등 신통력을 행하는 이야기다. 문헌에는 처음 나타나지만 그 이전에도 도깨비 신앙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도깨비는 지역에 따라 도채비, 다리가 하나인 귀신이라는 뜻의 독각귀(獨脚鬼), 독갑이(狐魅), 허주(虛主), 허체(虛體), 영감(제주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민담이나 설화 속 도깨비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보이면서도 사람을 살해할 만큼 악독하지 못하다. 또 인간의 꾀에 넘어가 초자연적 힘을 이용당할 정도로 미련한, 해학이 있는 허깨비다. 심술궂은 장난꾸러기지만 원만한 해결과 권선징악 아래 밉지 않은 심술을 부린다. 형상도 다양하다. 변화무쌍하고 신출귀몰해서 형체가 일정하지 않다. 불의 형상을 하거나 소리로 나타나거나 사람의 형상을 한다. 키가 커서 하늘까지 닿고 머리가 구름 위에 솟아 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도깨비는 일상에서 길흉화복을 함께해주는 착한 신의 역할도 한다. 신안을 비롯한 전남 서해안과 제주지역에는 '도깨비 불보기', '산망(山望)'이라는 세시풍속이 있었다. 섣달 그믐이나 설날 저녁에 높은 산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는데 도깨비불이 보이는 곳에서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이야기다.

도깨비는 우리나라 뿐아니라 인근 한·중·일 세나라에서 모두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머리에 뿔이나고 도깨비 방망이를 든 도깨비는 ‘우리’ 도깨비가 아니라 일본 도깨비(오니)라고 한다. 널리 알려진 '혹부리영감' 이야기도 일본 설화가 우리에게 전파된 것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선조들과 애환을 함께해온 우리친구 도깨비는 전설속으로 사라지고 일본 도깨비가 우리정서를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가 소환한 도깨비. 그 찬란하고 슬픈 도깨비가 수천년의 제 얼굴을 찾기를, 저마다의 소박한 꿈과 소망에 빛을 더해주기를 가만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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