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도루묵
  • 전주일보
  • 승인 2017.01.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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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은 농어목 도루묵과의 바다 물고기다. 수심깊은 모래지역에 서식한다. 도루묵이, 도루맥이(도루메기), 은어 등으로도 불린다. 북한 함남지방의 방언 '들묵어'에서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크기는 작지만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있다고 한다. 겨울철 맛이 특히 좋아 강원 양양군은 매년 12월 초 도루묵 축제를 열 정도다.

조선시대 선조와 관련해 항간에 전하는 도루묵의 일화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피난길에 나선 선조에게 한 백성이 '묵'이라는 물고기를 바쳤다. 먹어보니 맛이 아주 좋았다. 선조는 그 물고기에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그 물고기 생각이 나 다시 구해 먹어보았는데 예전의 그 맛이 아니고 별로였다. 선조는 그 은어를 '도로(다시) 묵'으로 하라고 번복했다. 전란의 황황한 도망길에서는 먹을게 변변치 않아 꿀맛이었겠지만 전쟁이 끝나고 신간이 다소 편해진 가운데 진수성찬의 수라에 얹혀진 고기라 맛이 예전과 달랐을 게다. '도로묵'은 나중에 '도루묵'으로 표기가 변했다.

도루묵은 '말짱 도루묵'이라는 속어와도 연관이 있다. 먹어보면 맛있지만 누리끼리한 색깔에다 옆으로 편편하게 눌려진 생김새가 마땅찮다. 외양으로만 보면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부들은 생선취급을 하지 않았다. 애써 쳐놓은 그물을 당겼는데 도루묵만 잔뜩 걸려 온다면 힘써 일한 어부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줄게 아닌가. 모양새있고 값나가는 물고기가 아니라 아무 소용이 없는 '말짱 도루묵'인 셈이다.

그런 사연을 지닌 도루묵의 시장가격이 북한에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겨울 들어 북한 연근해에서 도루묵이 대량으로 잡히면서 주민들에게 김정은 생일(1월8일) 선물로 배급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가 그랬다. "북한 당국은 '지도자의 생일에 도루메기를 공급한다고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는 소식도 같이 전했다. 북한의 중매인들은 도루묵 조업철을 맞아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비싼 값에 대량으로 도루묵을 사들였다. 그런데 가격이 내려가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반면에 중국 상인들은 가격이 떨어진 틈을 타 도루묵을 헐값에 사들여 중국에 되팔면서 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는 '말짱 도루묵'이지만 중국에는 '진짜 도루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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