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란(金卵)의 시대
금란(金卵)의 시대
  • 전주일보
  • 승인 2017.01.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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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로 연말 계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산란계의 대대적인 살처분으로 양계농장에서 공급하는 계란이 수요를 따라지 못한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두 달 전 5천원 대에 살 수 있던 계란 한 판(30개)이 이제는 1만원을 호가한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계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다. 몇몇 제빵업계는 계란이 들어가는 빵 생산을 아예 중단했다. 정부는 계란 수입을 대폭 늘려 가격 폭등을 막겠다고 한다. 가히 금값 달걀인 금란(金卵)의 시대다.

닭은 원래 남아시아에 살던 야생의 새였다. 사람이 사육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기후 풍토에 잘 적응하면서 다양한 변종이 생겼다. 기원전 2000년대의 고대 중국의 농경문화 유적지인 용산진에서 닭의 뼈가 출토됐다. 고고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닭이다. 우리나라는 원삼국 시대에 이미 닭을 사육했다. 여러 중국 문헌은 우리나라 남쪽 지방을 닭의 명산지로 꼽았다. 또한 경주 155호 고분에서 30개의 달걀이 든 토기가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계란을 즐겨먹었던 듯 싶다.

계란은 영양을 고루 갖춘 완전식품이다. 특히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은 영양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흰자는 단백질이 주성분이고, 노른자는 지방과 단백질이 주성분이다. 근래에는 노른자에 있는 콜레스테롤이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며 꺼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노른자에는 비타민 A·D·E·B2와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 건강한 성인은 하루 한 개 정도를 먹는 것이 오히려 좋단다.

우리 선조들의 계란 요리는 다양했다. 대표적인 것이 수란(水卵)과 알쌈이다. 수란은 국자에 기름을 바르고 달걀을 살짝 쪄낸 것이다. 수란은 다시 건수란(乾水卵), 팽란(烹卵)으로 나누었다. 팽란은 단단하게 삶은 계란을 말한다. 알쌈은 고기 양념 소를 넣어 반달형으로 부친 계란전을 말한다. 또 계란선은 고기 국물에 엉길 만큼 풀어 간을 맞추고, 다진 고기를 양념하여 볶아서 양푼에 켜켜로 얹어서 중탕해 익힌 후에 썰어 담은 것이다. 채란은 달걀 껍데기 위쪽에 구멍을 내어 쏟은 다음 볶은 쇠고기와 버섯, 채소 채를 섞어서 도로 껍질에 채워서 쪄낸 음식이다.

서민들은 값싼 계란과 친숙하다. 찐 계란과 계란 프라이 등은 바쁜 현대인들이 즐겨먹는 간편식이다. 하지만 정부의 AI 늑장 대처로 애먼 산란닭의 살처분을 불러왔고, 덩달아 계란값이 뛰면서 서민들의 살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인 2017년은 닭도 살고 서민도 흥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위정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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