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태극기
  • 전주일보
  • 승인 2017.01.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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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형식을 통하여 한 나라의 역사, 국민성, 이상 따위를 상징하도록 정한 기’다. 하나의 깃발이 진정한 의미의 국기로서 국가를 상징하게 된 것은 프랑스 혁명 때 사용된 3색기가 그 시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기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슬픈일이지만 일본의 공격을 받고서다.

일본이 군함으로 강화도를 침공한 운요호 사건 후 일본과 조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이후 조선은 1882년 미국과 조약을 체결할 때 처음으로 태극기를 사용했다. 그때는 8괘 태극기였고 3개월 후 박영효가 일본에 수신사로 가는 배 안에서 8괘를 4괘로 줄여 오늘날과 비슷한 태극기가 만들어졌다. 이듬해인 1883년 태극기는 조선의 국기로 채택됐다. 태극기는 일제 식민시절 민족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었고 희망 그 자체였다. 그리고 신생 대한민국은 1949년 10월 태극기를 국기로 지정했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눈(NOON)' 상을 수상한 스페인 작가 도라 가르시아의‘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라는 작품에 태극기가 등장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항쟁 지휘부 역할을 했던 녹두서점을 재현한 이 작품에 당시 죽은 시민들을 상징하는 관을 태극기가 감쌌다.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된 내외신 보도사진에도 예외없이 태극기는 죽어간 시민들의 시신을 감싼 상징이었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태극기는 여러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동호는 상무관에서 사람들이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관을 태극기로 감싸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한다.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게 아니라는 듯이”라고.

태극기가 최근 다른 장면으로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희망하는 보통사람들의 염원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촛불집회 현장에서가 아니다. 이를 폄하·훼방하고 반대하는 속칭 보수단체들의 맞불 집회장에서다. 이들은 대형 태극기를 앞세우거나 소형 태극기를 흔들며 태극기의 이름으로 국민들의 염원과 바람을 왜곡한 채 색깔을 덧칠하고 있다. 누구도 태극기의 상징을 독점할 권리는 없다. 태극기는 독립운동가들에게는 꿈을 간직하고 키우는 희망의 미래였으며, 국가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외면당한 불행한 국민들에게는 제대로된 국가에 대한 다짐이고 바람이다. 오늘 타오르는 촛불은 태극기의 또 하나의 상징이자 어떤 거룩한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통합이 아니라 가르고 분리하고 배척하는데 국기가 사용되는 일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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