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
  • 전주일보
  • 승인 2017.01.0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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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가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영국의 주택정책에서 유래한다. 낙후된 하층계급 밀집지역에 '신사'를 뜻하는 '젠트리(중산층)'를 대거 유입시켜 해당 지역의 활력을 꾀한다는 게 원래의 의도였다. 그러나 본래의 의도와 달리 낙후지역이 중산층의 유입에 따라 고급 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주거 비용이 치솟고 이를 감당못한 하층계급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오늘날에는 도시재생(재개발) 과정에서 외지인들이 대거 밀려들면서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일반화됐다.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 소호(SOHO)와 브루클린 덤보(DOUMBO)지역이 대표적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회자된다. 소호의 경우 도심에 있던 기존 공장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빈 건물이 늘어났다. 버려지거나 임대료가 저렴한 이곳으로 예술가들이 찾아들어 을씨년스럽던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자본가들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값이 다시 오르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외곽으로 쫓겨났다. 소호에서 밀려난 예술가들이 부르클린 덤보지역으로 옮겨가 거리를 부흥시켰지만 덤보 역시 젠트리의 유입으로 부동산 값이 치솟으며 그들은 더 후진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촌, 홍익대 인근, 신사동 가로수 길 등에서 이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이어졌다. 광주에서도 양림동과 산수동 등에 예술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사람이 몰려오고 활기를 띄자 자본을 앞세운 외지인들이 유입돼 땅값이 들썩이는 등 투자(투기) 붐이 일고 있다. 이들의 유입으로 원주민들이 밀려날 조짐을 보이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응전략이 요구되는 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사회는 어쩔 수 없지만 제3세계권에서는 정부통제나 지역차원의 대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양림동은 문화역사적 자원의 상품화와 함께 도시재생의 한 모델로도 중요한 지역이다. 도시재생이든 관광활성화든 해당 거주민, 원주민들의 삶의 질 회복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생산된 부의 가치가 특정인들에게 집중되고 원주민들이 내쫓긴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당초의 감각과 색깔을 잃어버리고 전혀 다른 자본의 천국으로 전락하게 되면 도시는 다시 활력을 잃는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서구의 많은 도시들에서 나타난 불행한 사례다. 폐품으로 정크아트를 만들어낸 양림동 지역민의 흥과 현실에 바탕한 애틋함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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