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康津灣)은 강진군의 중앙부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군의 전체적인 모습을 사람 '인(人)'자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강진만은 남도의 숨겨진 보물창고라 할만 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정밀조사를 벌여 강진만에 남해안 11개 하구 평균보다 2배나 많은 1천131종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고 했다. 이미 1978년 청정수역으로 선포됐다.
만으로는 탐진강을 비롯해 장계천, 강진천, 도암천 등 여러 하천의 물들이 흘러든다. 이 때문에 만의 염도(鹽度)가 2.4도로 주위의 해역보다 낮다. 평균수온 또한 17.8도로 높아 해조류 및 어패류의 서식에 적합하다. 대합조개와 꼬막, 굴, 갯장어, 새우, 낙지, 숭어, 농어 등의 산지로 손 꼽혔다. 만의 성격을 잘 살린 칠량면 봉황리에서는 양식 바지락 생산량이 전국 상위권을 차지했을 정도다. 어민들에 따르면 2005년 이전만 해도 하루 5~10t의 바지락 등 패류를 캐낼 만큼 '조개반 물반'의 황금어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만을 따라 형성된 각 마을의 갯벌에서 조개 등 어패류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봉황리 뿐아니라 강진만 일대의 패류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는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강진만 29개 어촌계 등 어민들은 지난 2011년 국민권익위에 이러한 원인을 규명해달라고 집단으로 청원하고 나섰다. 어패류 양식 및 생산어가가 원인 규명을 요구하면서 강진군이 이에 호응했다. 강진군도 갯마을 한 곳만을 제외하고 그 많던 어패류가 종적을 감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강진만에서 바지락을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 대구면 저두리 상저마을 뿐이다.
이 마을은 강진만으로 유입되는 탐진강 등의 하천수가 흐르는 곳이라는게 어민들의 이야기다. 어민들은 이에 비춰볼 때 패류가 사라졌다고 할 만큼 급감한 이유로 '탐진댐'을 들고 있다. 탐진댐 건설로 강물이 만으로 흘러들지 못하고 이로 인해 담수의 영양분 공급이 끊기면서 어패류 서식 환경이 급속하게 붕괴되는 환경 재앙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강진군은 수자원공사와 공동으로 전문기관에 강진만 패류 감소 원인 규명을 위한 용역을 의뢰했다. 군 관계자는 "패류가 사라진 원인으로 탐진댐 건설 외에도 강진만 일대에서 진행된 간척사업과 준설사업 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그 많고 풍부하던 강진만 조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원인 규명을 의뢰한 용역 결과에 따라 어민들의 생계에 근원이 되고 외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어패류 서식 환경을 복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