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밥그릇
  • 전주일보
  • 승인 2016.12.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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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은 밥을 담는 그릇을 말한다. 그 밥그릇에는 나물죽을 담거나 꽁보리로 만든 밥, 흰 쌀로 만든 밥도 담긴다. 우리는 예로부터 밥을 담아 먹기위해 자기나 금속으로 만든 그릇을 써왔다. 투박한 사기그릇이 있는가 하면 고급스러운 무늬가 바탕에 깔린 멋진 자기그릇도 있다. 놋쇠 성분의 주발, 양은, 세라믹, 알미늄 등을 재료로 한 식기류의 종류는 다양하다.

남녀가 구분해 쓰거나 공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연령에 따라 크기도 달라진다. 어린이용 그릇에 어른의 그릇도 있다. 반찬그릇은 밥그릇과 짝하는 그릇이다. 종지나 쟁첩, 옹파리, 보시기, 접시, 합(盒)등이 그것이다. 수저와 젓가락은 밥이나 반찬을 떠 먹는 도구다. 요즘은 돈있고 권력있는 집안의 고귀한 자제들을 비유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라고 한다. 그 반대편, 힘없고 빽없는 집안의 그저그런 자제들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다.

원래는 밥을 담아 먹는 그릇인 밥그릇이 본의 아니게 싸움판에 차출(?)됐다. 정치판의 밥그릇 싸움이 그 대표라할 만 하다. 헌법재판소의 인구수 대비 선거구 조정 결정에 따른 정치권의 선거구획정 문제가 생계형 정치인들의 밥그릇 쟁투를 유발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밥그릇 싸움은 치열의 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나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상대의 밥그릇을 빼앗으려는 수싸움.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몰입도도 깊어질 전망이다. 정치판 뿐이랴. 특정 상품, 특정 판로, 특정 소비자를 향한 업계의 밥그릇 싸움 또한 정치판 밥그릇 싸움 못지않게 역사가 오래됐다. 업계의 그 싸움은 일설로 표현하기 어렵다. 애꿎은 학생들을 볼모로한 어른들의 밥그릇 싸움도 세간의 화제다. 초·중학교 무상급식 폐지나 그 분담금을 둘러싸고 한판 싸움 중인 경남도와 학부모,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바다.

최근에는 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도 끼어들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들의 편을 가르려는 정부의 노동정책이 맞물리면서다. 밥그릇을 빼앗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싸움은 진검을 들고 벌이는 승부를 방불케 한다.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을 비롯해 협력, 외주업체 등 관련업체의 일자리도 밥그릇 반열에 들어있다. 권부를 비롯한 정치권 등에서 물러나도 여전히 힘있는 나으리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다시 추켜드는 밥그릇이다.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일구려는 이들에게 그 자리는 안성맞춤 그릇이다. 밥값도 못하면서 남의 밥그릇을 강탈하듯 챙기려는 이들 때문에 인류를 먹여 살려온 밥그릇이 애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민심은 하늘이라고 했다. 하늘은 밥이다. 그 하늘을 담은 민심의 밥그릇이 농단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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