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월요일 아침에
  • 전주일보
  • 승인 2016.12.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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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오리발만 널려 시끄러웠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주일이었다. 대관령은 영하 20도까지 내려갔고, 전주도 지난 16일에는 영하7도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날씨가 추우면 절로 몸을 웅크리게 되고 따뜻한 곳을 찾아들어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한다. 가장 춥던 금요일 아침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남문 옆 세월호 농성장 앞에 버스가 신호 대기하는 동안에 농성장을 들여다보았다.

영하의 날씨였는데 누군가 파커를 둘러쓰고 작은 난로 앞에 앉아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마냥 앉아있으면 더 춥고 힘들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스쳐가는 동안에 내가 탄 버스는 출발하여 그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었다.

앉아있던 그 사람은 왜 그 추운 날씨에 앞이 활짝 열린 천막에서 떨고 있었을까?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일까? 그냥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농성장을 지키는 사람일까? 추운날씨에 더 따뜻한 난로나 옷을 입었어야 할 터인데, 감기라도 걸려서 그 사람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다른 이가 나와 지킬 수는 있을까?

세월호 유족과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의 바람은 아직도 저 먼나라의 이야기 인 듯하다. 청문회에 불려나와 대통령의 7시간을 증언할 사람들은 거짓말과 ‘모른다.’만 되풀이 하다가 말았다. 추운 날씨에 촛불을 들고 무책임한 정치를 고쳐보자고 외치는 이들이나, 현장에는 나가지 못하지만 마음속에 촛불을 넘어선 횃불을 켜고 염원하고 있는 국민의 아픔 따위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는 하나같이 오리발만 내미는 오리 떼와 국정조사를 오락프로그램에 나온 것으로 아는 의원님의 웃음판으로 장난꺼리가 되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여전히 내가 뭘 잘못했기에 탄핵을 당해야 하느냐고 당당하게 헌법재판소에 답변서를 냈다.

이 나라에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미루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시켜서 했다거나, 기억이 없거나, 모르는 일이라고 뻗으면 그만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선서를 한 대통령이 생떼 같은 어린 학생들이 배에 갇혀 수장되고 있는 시간에도 올림머리로 멋을 내고 있었거나,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일을 하느라 사고 현장에 관심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고서도 헌재에 낸 답변서에서는 사고에 대한 대통령의 조치에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사고 수습이 잘못 된 게 왜 대통령 탓이냐? 라는 것이다. 까짓 아이들 304명이 뭐 대단해서 대통령이 나서야 하느냐? 는 그런 뜻일까? 대통령이 여자이니 얼굴에나 관심 두고, 태반 주사라든가 뭐 그런 불로장생이나 신경 쓰며 넘어가면 된다는 뜻으로 ‘여성 대통령의 사생활’ 이라는 말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말한 것일까?

자꾸만 ‘이게 나라냐?’라던 손 팻말이 눈에 아른거린다. 나라가 아닌 나라, 304명의 생목숨이 수장된 일을 하찮은 ‘여객선 사고’로 이름 지어 입에 올리는 일을 금기시 하던 정권의 심장부와 거기에 관련된 인물들은 청문회에 불려 나와서 말맞추기 연극을 하고 오리발만 내밀고 말았다.

법에는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위증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이러니 바른 말을 할 까닭이 없다. 설사 고발이 된다 해도 벌금 약간 내면 그만일 터이니 청문회 때마다 오리발이 지천으로 널리는 것이다.

아예 위증죄 처벌 규정을 강화하여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해 놓고, 위증하면 즉시 고발 처리한다면 위증은 싹 꼬리를 내리고 청문회가 좀 볼만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국회의원이 호통치고 위세 떠는 자리로 아는 청문회, 이참에 스타가 돼보겠다고 겉멋으로 여는 청문회는 집어 치워야 한다.

진실로 국정의 엄중한 문제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조사하고 풀어내는 일이 청문회 아닌가? 국회가 청문회를 놀이마당이나 폼 잡는 무대로 아는 한 위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증인들은 국회의원이 껀 수를 올리는데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배우가 아니다.

거짓말을 하다가 증거를 대면 슬그머니 돌려대는 어설픈 배역은 사양해야 한다. 나라가 바로서는 일에 내 한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진실을 털어놓고 잘못을 비는 참회의 자리이거나, 알고 있는 비리를 털어놓아 나라의 밝은 내일에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그리하여 아직도 차디찬 물속에 잠겨있는 아이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뱃속에서 버둥거려야 했던 사유를 밝혀 맺힌 한을 달래야 한다.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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