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실버타운
  • 전주일보
  • 승인 2016.12.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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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로원이나 요양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을 지원해 운영되는 고령인들의 거주단지다. 이들 시설과 달리 실버타운(Silvertown)은 입주자들이 그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의료, 오락, 체력단련 시설 등이 구비돼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버타운 거주자들은 식사관리나 건강 체크 등 각종 생활편의를 제공받아 안락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 원래 실버타운은 1960년대 미국의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노인들의 주거지역이었다. '실버'는 흰색(은·銀·원소기호 Ag)을 의미한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된 나이든 이들을 지칭할 때 쓰는 표기다. 실버타운은 노인들과 관련된 산업을 표현하는 일본식 실버산업에 영어 단어 '타운'을 합친 합성어다.

일본에서는 유료 노인홈, 미국에서는 노인촌락(Retirement Community)으로 부른다. 한국에서는 1988년 7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원동에 문을 연 유당마을이 처음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노인들이 거주하며 치료 등의 편의를 제공받고자 하는 수요가 증대됐다. 이같은 수요에 따라 민간기업 혹은 개인이 유료 노인복지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법률이 제·개정돼 전국 각지에 여러 시설들이 들어섰지만 관리소홀이나 부실은 물론 운영업체의 도산 등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문제많은 일반적인 노인 관련 시설과 달리 '초호화 실버타운'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얼마전 중앙의 한 뉴스공급사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대학이 운영중인 실버타운은 입주 보증금 9억2,00만원, 월세 400∼500만원 수준에 이른다. 입주 관련 비용이 국내 도심형 시니어타운 중 가장 비싸다. 보증금은 지난해 일반 직장인들이 평균 연봉(3천170만원·국세청 연말정산자료 기준)을 28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아야 하는 액수다.

월세도 직장인 평균 월급의 2배에 달한다. 일반인은 엄두도 못낼 정도로 입주비용이 초고가(?)인 관계로 전담 간호사가 24시간 건강 관리를 비롯해 무료 정기 건강검진과 맞춤형 물리치료, 건강식까지 제공한다. 방마다 동작감지기가 부착되어 있어 갑작스러운 의식 상실 등 응급 상황을 체크해주고 집안 도우미 서비스와 타운 내부의 고급 식당을 상시로 이용할 수 있다. 이정도면 단순한 실버타운이라기 보다 모든 시설이 갖춰진 호텔급 수준이다. 그럼에도 입주 대기자가 수십명에 이른다고 한다. 노인층 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이지만 상당수 고액자산가들은 초고급 실버타운에서 최상의 노후를 보내고있다. 노년 세대의 양극화. 참 씁쓸한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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