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손끝에 나라의 명운 걸려있다.
국회의원 손끝에 나라의 명운 걸려있다.
  • 김규원
  • 승인 2016.12.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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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원 / 편집고문

새날이 밝았다. 지구는 여전히 돌고 어제의 태양이 다시 떠올랐지만, 오늘은 어제와 다른 날이다. 아니, 반드시 다른 날이 되어야 한다. 304명의 어린싹들이 터무니없이 진도 앞바다에서 탈출할 시간을 놓쳐 수장되어 원혼으로 떠돌고 있고, 그 부모들은 불온세력으로 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시대를 끝내는 날이 되어야 한다.

초등학교 어린이가 들고 있던 촛불,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손에 든 ‘박근혜 퇴진’이 적힌 손 팻말, 대학생, 직장인, 주부,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에 들었던 촛불과 손 팻말의 염원이 오늘 하나의 변곡점을 찍는 날이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어이없어하던 부실‧불법‧요사(妖邪)한 정권이 비로소 국민의 힘에 의하여 멈추는 날이다.

한겨레신문이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외부에서 미용사를 불러다가 올림머리를 손질하느라 90분을 허비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본 세월호 희생 학생인 유민이의 아버지 김영오 씨는 “이제는 진실을 말해라.”라고 분개하여 자신의 페이스 북에 글을 올렸다.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칠 때 대통령이란 당신은 도대체 뭔 짓을 하고 있었습니까?” “도대체 무슨 짓을 하였기에 2년 8개월이 지나도록 밝히지 않는 것입니까?” “이제는 진실을 말해주세요”라고 했다. 그 긴박한 시간에 외부의 미용사를 불러다가 머리 손질을 했다니, 이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 국민들도 세월호 사건이 보도되던 시간에는 너도나도 일손을 놓고 타는 가슴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여 절로 눈물이 흐르는 걸 의식하지 못할 만큼 절박했다. 점점 기우는 배를 보며 선실의 유리창이라도 깨어 아이들을 구하지 않는 해경을 욕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그동안의 정부 행적을 돌아보면, 그 세월호 사고에 대처하는 태도가 이 정권의 기본 사고방식이고 능력의 전부라는 것을 거니챌 수 있다. 국민이야 어찌되든 오직 비정상의 대통령과, 그를 조종하던 순실이라는 여자와,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모른다고 몇 번이고 시치미를 떼다가 들켜버린 김기춘과, 앞에 나열한 그들을 지키는 일에 몸을 던져온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그리고 그들의 뒷배를 보아주며 돈벌이를 해온 재벌들이 모두 한 통속이었음을 우리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게 나라냐?” 이건 나라가 아니었다. 국민이 터무니없는 사고로 죽어가든, 가난과 질병에 몰려 가족이 집단자살을 하든, 비정규직만 늘어나 노동자가 파리 목숨보다 못한 처지가 되든, 나 몰라라 하고 날이면 날마다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 주사를 맞으며 요리조리 얼굴 고치기를 했는지 수시로 얼굴이 달라지는 대통령을 둔 그런 이상한 나라에 우리가 살았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효과를 알 수 없는 향정신성 의약품과 미용주사를 사들이고 비아그라와 팔팔정을 사들여 어떻게 썼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수백 벌의 옷과 가방을 청와대에 들여보내고 중요한 연설문까지 고쳐주며 시시콜콜 대통령을 지휘해온 여자 최순실은 청문회에서 불러도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의 정상들은 하루의 스케줄을 그대로 언론에 공개하여 국민이 준 권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공식적인 일정이 있을 경우만 집무실에 나오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관저에서 TV나 돌려보며 밥도 혼자 먹는 외톨이 생활을 했음이 증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최태민 일가가 오랜 공작 끝에 만들어낸 대통령이 박근혜였음을 우리는 최근에 알았다. 그 요사한 집단이 만들어낸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국민들이 선거에서의 잘못을 후회하여 통탄하며 거리에 나와서 촛불을 들고 물러가라고 외치는 그 현장을 보면서도 탄핵을 머뭇거리는 국회의원은 누구인가?

최순실과 그 수하인 문고리 삼인방, 그들에 충성하는 우병우 등 몇몇이 멋대로 나라를 주물러온 지난 4년 동안, 이 나라는 독재시절의 망령이 날뛰고 경제는 시궁창에 처박혔다. 탄핵표결을 망설이는 국회의원 여러분은 그동안의 과오를 덮어두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마지막 선행을 할 기회다.

이번 탄핵은 정당이나 청와대와의 승부가 아니다. 국민의 표를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탄핵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진심으로 국민의 대변자라고 생각한다면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 어떤 협박이나 명분으로 압력을 받았다 해도 거역할 수 없는 지상명령을 받은 국회의원 여러분이다.

여러분의 손가락 끝에 이 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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