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尹東柱)
윤동주(尹東柱)
  • 전주일보
  • 승인 2016.12.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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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1917~1945년)가 1941년 11월 20일 쓴 '서시(序詩)' 전문이다. 누구나 학창시절 한번쯤 외우고 책상 앞에 써 붙여봤을 명작이다. 불과 24세의 나이에 살아가는 의미를 이처럼 간결하면서 함축적 시어로 표현했다니 놀랍다.

타계 71주년을 맞는 시인 윤동주의 부활이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저예산 영화 '동주'는 삼일절을 전후로 관객 수 75만 명을 돌파했다.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암흑의 1945년 전후.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동주와 사촌인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빛나던 청춘을 담은 영화다. 흑백 톤의 영화는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시인의 내면적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다. 결과(불후의 유고시집)는 아름다웠지만 삶은 고통(29세 요절)으로 가득 차 있던 윤동주의 가슴 아픈 진실을 담았다.

지난 2월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르며 인기절정을 구가하고 있다. 시집은 소와다리 출판사의 초판본 오리지널 시리즈로 기획된 책이다. 시인의 육필 원고철, 판결 서류 및 사진을 함께 담아 가치를 더한다. 주 구매층이 20대인 점이 흥미롭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기 좋은 시각적 효과를 통한 입소문이 인기 비결이다.

그런가 하면 윤동주가 일본 유학 초기에 다녔던 도쿄 소재 릿쿄대(立敎大)에서는 지난달 21일 고인을 추모하는 시 낭송회가 열렸다.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시'가 양국 언어로 울려 퍼져 엄숙함을 더했다고 한다. 이달 말에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3년 만에 앙코르 공연되면서 열풍을 잇는다.

윤동주는 생전에 유명 시인도, 독립투쟁의 목소리를 높이던 열혈청년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100편의 시는 일제치하에 짓눌려 우리말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절에 쓰였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 보자’(자화상)는 그의 시는 어려움 속에서도 진실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순수하고 참다운 인간의 본성을 되새기게 한다.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궁핍에 괴로워하는 현대인들. 스스로에 대한 '한점 부끄러움'과 '밤마다 거울을 닦는 회한'이 윤동주 신드롬을 불러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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