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아침편지
  • 전주일보
  • 승인 2016.10.1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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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는 남쪽 바닷가 오래된 산속의 토굴집에 사는 지인이 있다. 그 지인은 거의 매일, 그리고 일이 있을 때는 가끔 아침마다 편지글을 보내준다. 스마트폰 카카오톡을 통해서다. 또 다른 이를 모시고 사는 그가 보내주는 편지의 내용은 우리가 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덕담이다. 경구이기도 하며 지혜의 명언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런 글을 보냈다. 요 며칠 아침 편지가 뜸해 '어인 일인가'하고 물은데 대한 답이었다.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이 고생을 끝내고 나면, 이 과정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을 울리고 웃길 이야깃거리가 또 많이 나오겠구나. 이게 다 내 자신이며 내 능력의 토양이 되어줄거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순간순간을 넘긴다.' 김미경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않는다'중에서의 한 문구를 인용했다.

그리고 그는 "누구든, 무슨 일이든 반드시 고비가 있게 마련이다"고 덧 붙였다. 그에 따르면 그 고비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기의 순간이자 더 높이 솟구쳐 오르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맞는 이야기다. 고비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삶의 여정에서 고비가 많을수록 체험의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이야기가 풍성한 사람은 삶도 다양하고 풍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또 다른, 또 하나의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는 사람의 살이는 순탄함보다는 고비와 고비로 점철되는 부분이 많음을 강조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적지않게 공감이 간다. 또 다른 아침편지의 내용도 솔깃하다. '헐렁한 바지'의 이야기다. 장병두의 '맘놓고 병좀 고치게 해주세요'라는 글 중의 한 대목이다. "바지도 헐렁하게 입어야 해. 그래야 바깥바람과 소통하여 피부가 호흡을 잘 할 수 있어. 서양 옷은 피부 호흡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피부병이나 알러지를 일으켜요.

요즘 애들이 아토피니 알러지니 하는데, 모두 옷을 잘못 입히고 먹을 것을 잘못 먹여서 그래." 꽉 죄는 바지가 겉으로는 멋지게 보일지 몰라도 내적으로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의미다. 멋을 넘어 허영과 사치에 이르면 문제는 더 커진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정신의 건강, 관계의 건강까지 좀먹으니까. 바람이 잘 통하는 옷을 입어야 좋다. 겉옷 뿐 아니라 속옷도 마음의 옷도 그렇다. '불통'을 비난하고 '소통'을 강조하는 최근의 세태를 은유적으로 비유한듯 하다. 그가 보내주는 아침편지의 내용은 늘 청량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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