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그리고 처염상정
연꽃 그리고 처염상정
  • 전주일보
  • 승인 2016.09.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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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부처와 불가분이다. 연꽃은 사바세계에 뿌리를 두되 하늘을 향해, 깨달음의 세계를 향해 꽃을 피워내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싯다르타 태자가 룸비니 동산에서 동서남북으로 일곱발자국씩 걸을 때마다 땅에서 연꽃이 피어나 태자를 떠 받들었다.

연꽃은 또 열반을 상정하는 좌대다. 부처가 앉는 자리를 연꽃 모양으로 수놓는다 해서 '연화좌(蓮花座)'라고 한다. '염화시중(拈華示衆)'이라는 말도 연꽃에서 유래했다. 부처가 영산에서 후계자를 선정하기 위해 제자들을 모아놓고 연꽃을 꺾어 보였다. 제자 가운데 가섭만이 그 꽃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말 한마디 주고 받지 않았지만 부처의 마음과 가섭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음을 의미한다.

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을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그 머무는 데가 더러운 곳일지라도 세상의 오탁(汚濁)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군자가 더러운 곳에 있을지언정 그 본색을 물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유교적 표현도 그 뜻을 같이 한다.

오염된 곳에서 피어나지만 깨끗함을 유지한다. 아니 오히려 주변의 오염을 정화하는 꽃이기도 하다. 꽃의 색이 곱고 맑아 꽃말은 청결, 신성, 아름다움이다. 부처는 가장 미천하고 더러운 곳에 머물며 연꽃을 피워 세상을 정화하려고 했다.

연꽃은 3일에 걸쳐 피어난다. 첫날은 절반만 피고 오전 중에 오므라든다. 이틀째에 활짝 피어나 화려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낸다. 다음날 꽃을 피웠다가 오전 중에 연밥과 꽃술을 남기고 꽃잎이 하나씩 진다.

가장 아름답고 화려할 때 물러날 줄 아는 군자의 꽃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꽃은 꽃잎이 떨어진 후 열매가 맺지만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혀 화과동시(花果同時)다.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야 이웃을 구제하는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해 사는 것 자체가 깨달음의 삶임을 전하는 메시지다. 연꽃이 부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때로는 부처의 좌대를 상징하는 것도 그에 바탕한다.

지난 여름 서구 치평동 운천저수지 수면을 온통 연꽃이 뒤덮었다. 이번 여름만 아니라 매년 여름이면 운천저수지의 연꽃은 화사하게 피어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곱고 맑은 꽃으로 사람들의 눈을 정화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험한 세상 다리'처럼 더러움 속에서 피어나지만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 더러움을 의연하게 씻어낸다. 험하게만 흘러가는 요즘의 세상에 연꽃이 빛나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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