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재단과 무람없는 정권
이상한 재단과 무람없는 정권
  • 전주일보
  • 승인 2016.09.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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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편집고문

추석 명절을 앞두고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여 나라를 흔들더니, 땅 위에서는 알 수 없는 요상한 냄새가 스멀스멀 퍼져 나오고 있다.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대한 국정감사에 필요한 증인으로 이들 재단을 기획한 차은택 아프리카픽쳐스 감독과 재단의 전‧현직 이사장, 출연금을 댄 삼성, 현대차, SK, LG의 임원진 등 14명을 신청했는데, 여당에서 단 한사람도 채택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야당이 의혹 부풀리기와 정치공세로 민간의 기부 문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증인채택을 거부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를 하는 일은 법이 정한 당연한 권한이고 의무인데 정치공세 운운하며 특정재단을 비호하는 일은 참으로 낯간지럽다.

삼성이 125억원, SK가 68억원, LG가 48억원 등 16개 재벌기업이 486억원을 출연하여 설립된 ‘미르’는 ‘글로벌 문화교류 행사와 문화 창조기업 육성’을 사업목적으로 삼아 지난해 10월 26일 설립인가를 받은 재단이다.

미르의 설립인가는 일반적으로 10일~20일 정도 소요되던 것과는 달리 신청한 이튿날 바로 인가가 나오고, 그날 현판식을 거행하여 힘을 과시했다고 한다. 막대한 출연금을 모아 별다른 사업을 하지 않던 신생재단 미르가 지난 5월말~6월초 박근혜 대통령이 10박12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를 국빈 방문할 때 동행하여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다.

그리고 미르는 지난 7월에 59년 전통의 한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의 집’의 건물인 취선관을 임차해서 프랑스 요리 학교인 ‘페랑디-미르 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의 집은 그 역사가 말해주듯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음식을 소개하고 대접하는 한국음식의 명소다.

그런 건물을 임차하여 프랑스 음식학교와 식당을 하겠다는 미르의 속내는 과연 무엇이고, 그런 힘을 발휘하는 원천은 어디인지 궁금하다.

이번에는 ‘k-스포츠’ 재단을 알아보자. 이 재단 역시 삼성이 79억원, 현대차 43억원, SK43억원, LG 30억원 등 15개 기업이 288억원을 출연해 금년 1월 13일 설립 인가되었다. 설립목적은 ‘창조문화와 창조경제에 기여함’이라고 했다.

이 재단 역시 설립인가 신청 다음날 인가되었고, 두 법인이 같은 장소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는데 제출된 신청서의 창립총회 회의록이 일부 날짜와 사람 이름만 다를 뿐 완전 판박이로 똑같다.

한겨레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미르의 창립총회 서류에 이름과 날짜만 바꿔 프린트한 듯, 페이지의 구성이 똑같았다. 사업 목적도 ‘창조’를 주원료로 ‘문화’와 ‘기업’을 섞어 비빈 비빔밥이다.

K스포츠도 지난 5월에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할 때 동행하여 이란에서 태권도 시범행사를 주관했다고 한다. 이들 두 재단은 마치 쌍둥이처럼 유수의 재벌기업들이 돈을 대고 특혜 설립인가를 받아 설립 초기에 대통령을 따라 해외에 갔고, ‘창조’라는 문구를 사업목적에 담아 두고 있지만, 드러난 사업 내용은 알 수 없다.

지금 세인들의 관심은 과연 소문대로 박 대통령과 오랜 지인이었던 최태민(1912~1994)의 다섯째 딸 최순실(60세. 최서원으로 개명)이 이들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이 간여하고 있고, 우병우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추천한 것도 최 씨였다는 말이 사실인지에 쏠리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 내용처럼 야당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형제보다 더 신임한다는 최 씨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국정감사를 통해 이를 밝히려 하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처음에는 증인출석을 반대하는 눈치가 아니더니 갑자기 단 한사람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없다고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여당의 ‘청와대 감싸기’가 시작되어 국정감사 자체가 무산될 지경이 되었다.

언론의 계속된 보도와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쏟아지고 청와대와 관련한 의혹이 줄줄이 터지고 있어도 청와대는 “답변할 가치도 없다.”는 한마디로 여론을 무질러버리고 있다. 언론과 국회의원들이 청와대에 불명예가 될 사실들을 적시하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깡그리 무시해 버리는 뱃장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슨 짓을 하든 박근혜를 추종하던 시대는 이미 기울었음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걸까? 벌써 일부에서는 머지않아 국민이 깜짝 놀랄 사건이 터져서 이번 의혹을 덮어버리게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런 방법으로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국민이 너무 똑똑하다. 박지원 의원의 말처럼 ‘국정조사’ ‘특검’으로 이어지기 전에 ‘속 시원한 고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김규원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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