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미련 갖지 말자
삼성에 미련 갖지 말자
  • 전주일보
  • 승인 2016.09.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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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가 삼성의 새만금 투자 양해각서(MOU)의 무산에 대해 삼성 측의 공식적인 답변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지난해에 이미 새만금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북도에 전달한 입장이어서 새삼스럽게 답변할 사안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삼성 측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토지공사 본사의 전북이전 약속이 무산된 일을 무마하느라 정부와 관계부처의 지휘에 따라 형식적인 절차만 갖춘 것이어서, 새만금 투자 계획은 처음부터 계획에 없는 일로 짐작된다.

지난일을 생각해보면, 새만금에 투자를 하기 싫다는 기업을 붙들고 사정을 해온 전북도와 도민들의 입장이 딱하기 그지없다.

이유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갯펄을 막아 거대한 땅을 만들어 놓았으니, 세계적인 대기업이 새만금에 들어와 자리를 잡아주면 다른 기업들도 덩달아 따라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바램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이라는 기업이 어디 예사 장사꾼이던가? 주판 튀겨서 남을 게 없거나, 느긋하게 때를 기다려도 될 일이라면 절대 나서지 않는 게 그들의 기본적 생리다.

더구나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수개월째 누워있는 가운데 사실상 젊은 아들이 경영을 승계한 후 각종 사업을 정리하고 줄이는 등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삼성의 새만금 투자는 어떤 형태로든 불가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형규 전라북도 부지사가 삼성 측에 공개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조속한 시일 내에 내놓으라며 “더 이상 대화는 없다.”고 촉구했다는 데, 마치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앞으로 더는 널 찾지 않겠다.”고 하는 일과 같다.

더욱이 이 부지사의 주장은 삼성 측에서 생각하면 더는 귀찮을 일이 없으니 참으로 시원하고 고마운 일이다. 공식적인 입장이야 이미 통보한 대로 경제사정, 구조조정, 인프라 부족 따위의 이유로 불가하다고 말하면 그만일 것이다.

물론 향후 20년 후에 일어날 일을 두고 '삼성투자유치'를 자랑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당시 김완주 전북도정 또한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양해각서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쨋든 기업은 경우나 체면을 가리지 않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상도다. 새만금에 투자해서 돈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전북도와 도민들은 삼성이라는 기업에 더이상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

솔직히 미래의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북은 타 시도에 비해 오염이 덜 된 곳이다. 국내 유일의 지평선과 지리산, 덕유산 등 천혜의 청정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는 우리 전북이 가장 살고 싶은 지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향후 단체장의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도민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면서까지 안오겠다는 기업을 끌어들이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

전북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서 ‘슬로 시티’ ‘건강 도시’ ‘청정 농업’ 등 오염과 인생살이에 지친 도회지 사람들이 전북을 찾아오는 방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쯤에서 새만금 내부개발계획 또한 냉정하게 재검토해서 기본 방향을 우리 스스로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에 더이상 미련을 갖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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