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바나나
  • 전주일보
  • 승인 2016.08.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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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식용작물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1970년대 전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바나나는 아주 귀한 고급 과일이었다. 농촌이 고향인 필자는 아예 바나나를 모르고 살았다. 고교시절 친구 아버지 병문안 갔을 때 맛본 바나나가 최초의 기억이다.

노란색 껍질에 숨어 있는 하얀 속살은 달콤하면서도 담백했다. 이후 비싼 향을 첨가한 바나나맛 우유로 그 ‘추억의 맛’을 대신했다. 하지만 요즘 바나나 가격은 매우 싸다. 최근 바나나는 단순히 먹는데서 벗어나 가공해 먹거나 바르는 데까지 진화 중이다.

바나나는 서아프리카의 감비아, 세네갈 등지의 울로프족이 쓰던 ‘바나아나’(Banaana)에서 유래한다. 동남아가 원산지로 16세기 포르투갈 식민 개척자들이 대서양 제도와 브라질, 서아프리카에 농장을 세우고 대량 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나 19세기까지도 바나나는 생소한 열대 과일이었다. 1880년대 미국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빅토리아시대(1830~1901) 말엽까지도 이를 접해본 유럽인은 많지 않았다. 프랑스 소설가 줄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1872)에서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바나나를 상세히 묘사할 정도였다.

바나나를 먹었다는 사실은 그리스 초기, 라틴, 아랍의 기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인도를 원정하면서 바나나를 보았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자마자 바나나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신대륙으로 옮겨갔다. 신대륙에서 만들어진 히스파뇰라(Hispaniola)가 곧 다른 섬과 대륙에도 퍼지게 되었다. 바나나 재배는 계속 증가되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주요 식량으로 쓰였다. 우리나라는 구한말 일본을 통해 수입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유통업계에 바나나 성분이 첨가된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 식용작물인 바나나 소비 트렌드가 다양화하고 있는 것. 바나나 향을 첨가한 술은 요즘 젊은층에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바나나를 그대로 먹는 것에서 나아가 가공해 먹거나 화장품·비누·오일 등 피부관리 목적으로까지 쓰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발표한 '바나나 열풍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보면 더 명확하다.

바나나 소비 방식에 대한 소셜 데이터를 보면 '과일 본연 그대로 먹는다'(42%)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비중이 더 커졌다. '홈메이드 먹거리'(32%), '베이커리 제품'(13%), '바나나 맛(향)이 가미된 식음료'(12%), '바나나 성분이 포함된 피부 관련 제품'(2%) 등의 분야가 그것이다. 바나나와 인간의 친화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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