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과 동반자살, 그리고 牛生馬死
읍참마속과 동반자살, 그리고 牛生馬死
  • 전주일보
  • 승인 2016.08.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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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법상/코아교회 목사

삼국지의 촉서(蜀書) 마량전(馬良傳)에 보면 읍참마속이라는 말의 유래가 나옵니다. 이 말은 제갈량이 그가 섬기던 유비가 죽은 후에 그의 아들 유선을 섬기면서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를 올린 후에 터진 위나라와의 전쟁 과정에서 생긴 고사입니다.

제갈량은 아들처럼 아낀 장수 마속이 그가 내린 군령을 어겨 전쟁을 패전으로 이끈 책임을 물어 그 목을 베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속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법을 엄정히 지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베었습니다. 나라를 바로 세워가는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지도자에게는 읍참마속과 같은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을 다루고 있는 청와대의 모습을 보면 이것은 읍참마속의 결단이 아니라 치정에 얽혀 동반자살이라도 하려고 하는 연인들의 모습 같아 보여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언론에서 밝힌 내용으로나 국회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특별 감찰관으로 활동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언행을 보면 우병우 민정수석은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그만 그 자리를 그만두고 내려와야 합니다.

죄를 짓고 옥에 갇혀 있던 마속은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진 제갈량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승상께서는 저를 자식처럼 대해 주셨고 저는 승상을 아버지처럼 대하였습니다. 곤(?)을 죽이고 우(禹)를 흥하게 한 뜻을 깊이 생각하시어 평생의 사귐이 이 때문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시면 저는 비록 죽지만 황천에서도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곤을 죽여 우를 흥하게 했다는 말은 요 임금 때 홍수를 다스리는 책임을 맡은 곤이 치수(治水)에 실패하자 요 임금이 곤을 죽이고 그 아들 우를 치수관으로 임명하고 홍수를 다스리는 일을 맡겨 그 일에 성공하게 했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지도자가 잘못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마속이나 아버지를 죽인 임금이지만 나라가 잘되도록 하려고 임금이 주는 벼슬을 받아 치수관이 되어 나라를 살린 우임금처럼 나라를 생각하는 공직자의 자세는 이와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공직자들은 마속도 아니고 우도 아닌 치정에 얽힌 연인들처럼 자신들 뿐 아니라 나라의 지도자까지 망치려고 합니다.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넓은 저수지에 말과 소를 동시에 던져 넣으면 둘 다 헤엄쳐서 뭍으로 나옵니다. 말의 헤엄 속도가 훨씬 빨라 거의 소의 두 배의 속도로 땅을 밟는데, 네발 달린 짐승이 무슨 헤엄을 그렇게 잘 치는지 보고 있으면 신기합니다. 그런데, 장마가 질 때 큰물이 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소와 말을 동시에 던져 보면 소는 살아서 나오는데 말은 익사를 합니다.

그 이유는 말은 헤엄을 잘 치기 때문에 강한 물살이 떠밀어내니 그 물살을 이겨 내려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려 합니다. 그러나 말은 1m 전진 하다가 물살에 밀려서 다시 1m 후퇴하기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 헤엄치던 말은 제 자리에서 맴돌다가 지쳐서 익사해 버립니다.

그런데 소는 절대로 물살을 위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냥 물살을 등에 지고 같이 떠내려갑니다. 저러다 죽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소는 10m 떠내려가는 와중에 1m 강가로 나아오다가 또 10m를 떠내려가고 그리고 또 1m를 강가로 나아옵니다. 그렇게 한 2~3km 떠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소의 발은 강가의 얕은 모래밭에 발이 닿고 그때 소는 엉금엉금 걸어 나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헤엄을 두 배나 잘 치는 말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 힘이 빠져 익사하고 헤엄이 둔한 소는 물살에 떠내려가다 조금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그 유명한 '우생마사'의 교훈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애를 써도 꼬이기만 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이 생기면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소와 같은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그를 믿고 높은 자리까지 올려준 대통령과 함께 동반자살하려고 하지 말고 우생마사(牛生馬死)하시기를 우자가 둘씩이나 있는 아직 젊은 우병우 수석에게 충심으로 바랍니다.

손법상/ 전주코아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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