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으로 바라본 건국절 논쟁
성경으로 바라본 건국절 논쟁
  • 전주일보
  • 승인 2016.08.2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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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법상 코아교회 목사

최근 우리 한국 사회는 박근혜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비롯된 건국절 논쟁에 휩싸여 있습니다.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의 건국절이라는 주장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가진 나라에 사는 우리 사회의 갑들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역사인식입니다.

본래 역사는 연속적으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과거와의 단절과 새로운 사건의 시작을 반복하면서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단절과 새로운 시작이 언제 어디에서부터인가라는 그 시점과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사건 속에 담겨진 의미를 통해 그들이 속한 민족이나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분명 우리나라의 국호는 대한민국입니다. 이 가운데 국(國)자는 나라 국자인데 나라라는 개념 속에는 세 가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주권과 영토와 백성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 제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1919년 4월에 증국 상해에서 대한 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때부터 사용된 용어입니다. 그런데 1919년에 수립된 망명정부의 성격을 띈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된 나라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가운데 주권과 백성은 있으나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영토가 없었고, 1948년 8월에 남한에서 단독으로 수립된 대한민국은 주권과 백성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영토도 있었으나 그 통치영역이 한반도 전체가 이닌 휴전선 이남의 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8년 7월 17일에 헌법을 공포하면서 아직 정부가 수립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실효적(實效的)으로 지배하지도 않고 있는 북한 땅까지를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헌법에 명문 규정으로 넣어놓은 것은 남북 통일 이후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헌법을 제정하고 공포할 당시 아무도 이 조항에 의문이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고 지금까지도 대다수의 국민은 이 헌법 조항을 단순한 영토의 통일이 아니라 민족의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조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요즘 우리 사회의 갑들이 주장하는 1919년 4월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된 나라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건국이라 할 수 없고, 미군정으로부터 벗어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금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은 북한 땅까지 우리나라의 영토라고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 3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얼마나 억지이고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분단된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영토의 통일이 아닙니다. 해외 동포를 포함한 한 민족 전체의 통일입니다. 헌법 제 3조는 영토가 아닌 민족의 통일을 염두에 둔 조항입니다. 그러기에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은 영역까지 우리의 영토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로마에 의해 나라가 없어진 때는 A.D. 70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600만이나 되는 자기 동족들이 나치에 의해 살해당한 다음에 그들의 조상들이 살던 땅 팔레스틴에 돌아와 1948년 5월에 다시 나라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주권이나 영토가 없이 온 세상을 떠돌 때에도 자신들이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 때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회당(會堂)을 세우고 그 회당을 준심으로 모여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성경에서 보면 그들이 애급에서 종살이 하다가 독립된 나라를 세운 때는 B.C. 1040년 경 사울이 초대 왕이 되었던 때이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 민족의 새 역사가 사울이 나라를 세운 때부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 민족의 새 역사의 시점을 사울이 나라를 세우기 400년전 B.C. 1446년 그들이 애급에서 종살이하다가 노예생활에서 벗어나게 된 날부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 노예로 애급에 있었지만 하나님의 역사하심 가운데 애굽을 벗어나게 된 날이 그들 민족의 새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애급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일러 말씀하시되 이 달을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이 되게 하고”(출애급기12:1-2).

이때 그들은 아직 애굽 땅에서 종살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들에게는 주권이나 영토는 없었고 모세를 중심으로 한 임시 지도부와 아직 해방되지 못한 민족만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 민족의 새 역사는 바로 이때였다고 선언하고 있고 지금도 그 절기를 해방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 건국절 논쟁의 가장 큰 비극은 민족 공동체를 지향하는 통일 논리는 없고, 남과 북을 통틀어 일제 강점기부터 형성된 친일파들과 갑들이 계속 이 사회의 갑으로 행세하기 위해, 민족을 하나로 세우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건국절이라는 말 속에는 민족이나 통일은 없고 기득권 유지를 위한 분단의 고착화만 있을 뿐입니다./손법상 코아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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