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로(松露)버섯 오찬
송로(松露)버섯 오찬
  • 전주일보
  • 승인 2016.08.1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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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낮선 송로(松露)버섯이 무더위 속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혹시 죽은 소나무에서 추출되는 북한산 송이버섯이 아닌가 하고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소나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버섯이다.

정식 명칭은 트러플(Truffle). 우리나라 관세품목 분류상 송로버섯이다. 유럽에서 수입되면서 마땅한 이름이 없어 '러시아산 소나무'라는 뜻으로 ‘송로’라 하지않았나 싶다. 떡갈나무 숲 땅속에서 자라는 송로는 송이와 비교가 안되는 귀족 버섯이다. 고작 100g짜리가 수십만원을 호가할 정도다.

10월부터 채취하는 송로버섯을 캐내는 일은 은밀하다. 훈련된 개들을 데리고 한밤중 떡갈나무 숲으로 나간다. 개들의 후각 집중력이 밤에 더 발휘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 장소를 알리지 않기위해서다. 장소를 발견하면 개들은 갑자기 부산해지며 앞발로 땅을 파기 시작한다. 이때 주인은 개에게 다른 먹이를 던져주어 주의를 돌린다.

그리고 고대 유물을 발굴하듯이 조심스럽게 손으로 땅을 파서 꺼낸다. 이렇게 얻은 송로버섯은 로마제국 시대부터 식용했다.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 식탁에도 즐겨 올려졌다. 귀하고 귀한 식재료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송로버섯은 전량 수입된다.

일류 호텔이나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다. 아주 얇게 썰어서 샐러드와 같은 요리에 이용한다. 거위 간 파테는 프랑스 송로버섯을 이용한 전통적인 요리다.

수프로 만들거나 송아지고기, 바닷가재 요리에 넣기도 한다. 날것으로 제 맛을 내는 이탈리아 흰 송로버섯은 샐러드를 만들거나 대패나 강판 같은 기구로 얇게 켜서 음식 위에 뿌려 먹는다. 송로버섯을 넣어 먹을 요리는 맛이 단순해야 송로버섯의 맛과 요리 자체 맛도 살아난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에 오른 송로버섯 등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송로버섯 뿐 아니다.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어(철갑상어알을 소금에 절인 것)샐러드, 샥스핀 찜, 한우갈비 등도 오찬의 주요 메뉴였다.

모두 서민들은 접하기 어려운 귀족 요리들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이 두려운 서민들은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를 선풍기 하나로 견뎌내고 있다. 반면 나랏님(?)들은 시원한 에어컨 아래 정장차림으로 거드름을 피우고 앉아 동서양 산해진미가 가득한 '오찬'을 즐겼다.

오찬에 올려진 진귀한 요리들은 필경 찌들은 서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너무 오래 틀어 뜨거운 열기만 나오는 선풍기 앞에서 냉수 한 그릇으로 타들어 가는 속을 달래야 하는 서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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