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달임
복달임
  • 전주일보
  • 승인 2016.07.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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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위의 복날이 찾아왔다. 내일부터 10일 간격으로 초복·중복·말복이 되며, 삼복(三伏) 더위에는 보양이 필요해 여러 가지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다. 이걸 복달임이라 하고 더위를 이기는 보양식으로 꼽는다.

어느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자의 80% 정도가 매년 보양식을 챙겨서 먹으며, 절반 이상이 이로 인한 기력 회복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복날 메뉴로 70%가 넘는 조사자가 삼계탕 등의 닭요리를 먹겠다고 했고, 10%가 넘는 이들이 보신탕을 먹겠다고 조사됐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삼복 복달임으로 첫째 민어탕, 둘째 도미탕, 셋째 보신탕(개장국)을 쳤다. 민어(民魚)를 이름 그대로 해석하자면 ‘백성의 물고기’인데 사실 아무나 쉽게 먹는 생선이 아니다. '삼복더위에 양반은 민어를 먹고 상놈은 시냇가에서 보신탕을 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부터 알아주는 고급 어종이다. 세월이 좋아진 지금은 민어가 자취를 감추다보니 가격이 비싸져서 일반인이 가까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귀해지긴 했어도 민어는 여전히 맛있다. '자산어보'의 정약전이 일찍이 갈파한 것처럼 “맛이 담담하면서도 달아” 어떻게 해먹어도 훈감하다. 회도 맛있고 찜이나, 조림, 양념구이도 진진하며 기름이 동동 뜨는 고소한 탕은 일품이다.

임금님 수라상 단골음식이었던 민어탕은 쑥갓·애호박·미나리·팽이버섯 등에다가 고추장을 풀어 끓인다. 참기름 등 강한 양념을 넣으면 고유 맛이 사라지며 맛이 깊고 담백하고 특히 뜨거울 때 먹어야 노란 기름이 굳지 않아 시원한 느낌이 든다. 민어전은 동태전을 먹어본 입에는 상상도 안 되는 맛이며 씹을수록 쫄깃한 부레와 밥 싸먹다 논밭 다 판다는 껍질, 소금에 절여 말린 암치, 숭어어란은 울고 갈 어란은 덤으로 따라오는 별미이다.

민어는 다 자라면 몸길이가 90㎝에 육박하며 7~9월에 산란을 하는데, 흰 살 생선으로 흰 살에 연분홍 복사꽃 빛이 감돌며 기름이 많이 오르는 산란 직전이나 산란기인 6∼8월의 민어를 최고로 쳐준다.

여름 민어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보양식이나 비싸다니 삼계탕이라도 먹으면서 땀을 뻘뻘 흘려 이열치열 했으면 싶다.

윤종채/무등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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