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사냥
더위사냥
  • 전주일보
  • 승인 2016.06.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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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사람들은 더위가 심해지면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더위사냥'을 했다. 이열치열에는 음식으로 하는 이열치열과 일을 함으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이 있다. 음식으로 하는 이열치열은 전설의 동물인 용과 봉황 대신 잉어(혹은 자라)와 오골계로 끓인 용봉탕, 검정깨로 만든 깻국 탕인 임자수탕, 그리고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 등을 보양식으로 먹었다.

그러잖아도 더운데 땀을 줄줄 흘리며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은 여름철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피부 근처에 쏠리는 많은 양(다른 계절의 20~30%)의 피로 인해 몸 안의 위장 등 여러 장기에 피가 부족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몸 안 온도가 떨어지면 식욕이 떨어지는 등 이른바 더위를 타게 된다. 따라서 덥다고 차가운 음식만 먹을 게 아니라 몸 안의 장기를 보호해주는 더운 음식으로 몸 안의 균형을 잡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일로 하는 이열치열은 양반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도왔다고 한다. 그밖에 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 없었던 선비들은 계곡이나 냇가에 앉아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으로 더위를 달랬고,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도 했다. 또 등등거리를 입고 쥘부채(합죽선)를 부쳐가며 책을 읽다가 죽부인을 안고 화문석 돗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등등거리는 소매가 없어 등배자(藤褙子)라고도 부르는데 등나무 줄기를 가늘게 쪼개서 얼기설기 배자 모양으로 엮어 만든 것으로 여름철 모시적삼 밑에 받쳐 입었다. 등등거리를 입으면 땀이 흘러도 옷이 살갗에 직접 닿지 않아 적삼에 배지 않고, 등등거리가 공간을 확보해주기에 공기가 통해 시원하다. 이 등등거리는 등나무 가지로 만든 팔에 차는 등토시와 함께 여름나기에 중요한 옷이었다.

또한 궁궐에선 각 관청에 특별 하사품으로 얼음을 나눠줬으며, 복날 여인들은 계곡물에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면 풍이 없어지고 부스럼이 낫는다고 했는데 이를 ‘물맞이’라고 했다. 이러한 물맞이 풍습은 1920년 7월 22일자 동아일보에 '초복날 서대문 밖 악박골(金鷄洞)에 물 맞으러 가는 부녀자들'이라는 기사로 보아 이 무렵까지도 행해지던 풍습으로 여겨진다.

체력 소모도 많고 불쾌지수도 높아가는 무더운 여름에 나름의 피서법으로 복더위를 이겼으면 한다.

윤종채 /무등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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