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10대
화장하는 10대
  • 전주일보
  • 승인 2016.06.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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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조들은 화장(化粧)을 가색(假色), 혹은 가장(假粧)이라 해 진짜를 숨기기 위한 행위로 여겨 부정적인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못된 여인을 뜻하는 '화냥년'이나 '화냥끼'하는 말들이 늘 진한 화장을 하고 사는 기생이나 무당, 혹은 사당패의 여자들을 빗대어 하는 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물론 화장의 본고장인 서양에서는 화장에 대해 '외모를 변모시켜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칠하고, 바르고, 뿌리는 행위'라고 정의 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에 순응함을 미덕으로 여겨온 우리 선조들에게는 덕지덕지 칠하고 바르는 것에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었으리라.

그래서 어떤 사회학자는 "한국인에게는 한국적인 미의 정립이 되어 있지를 않아

서양 여자들 흉내를 내려다 보니 칠하고 바를것이 많아진 때문이다"고 했다. 또 다른 학자는 "교양이나 덕의 축적에 의한 마음의 화장은 외면한 채 인간적인 공허함을 외모로 호도하려는 가치관의 혼미가 이 나라의 여성으로 하여금, '화장 왕국'의 오명을 낳게 했다"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전혜정씨의 석사학위 논문 '여중고생의 피부 및 메이크업이 심리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여중고생 10명 중 6명은 화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뻐 보이려고'였고, 화장을 시작한 연령은 대부분 중학생 때로 상당히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하긴 요즘 버스나 지하철에서 여고생들이 화장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학생들뿐 아니라 평범한 학생들도 화장을 한다. 입술에 색을 넣는 틴트나 얼굴이 하얗게 보이는 BB크림을 바르는가 하면 눈을 더 크게 보이기 위해 아이라인을 그리고 마스카라를 하는 학생도 있다.

외모 지상주의 문화의 확산으로 여학생들이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이 점차 빨라지는 상황이다. 여학생들이 바르고, 칠하고, 뿌리는 화장 보다는 '덕이 연지요, 정이 곤지'라는 속담처럼 덕을 쌓고 정을 베푸는 '마음을 아름답게 꾸미는 화장술'을 배웠으면 싶다.

윤종채 /무등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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