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구입비
도서구입비
  • 전주일보
  • 승인 2016.06.0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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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먹고 마시고 치장하는 데는 돈을 펑펑 쓰면서도 책 사는 데는 유난히 인색하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1∼3월) 가계 동향을 토대로 분석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비가 2만2,123원이었다.

쉽게 말해 2인 이상인 한 집당 두툼한 책 한 권씩을 간신히 구입했다는 이야기다. 2014년 1분기보다 8.0%가 줄었고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우린 또 하나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종전 최저치는 2007년 1분기의 2만3,734원이었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할 경우 2인 이상 가구의 실질 도서 구입비는 1만8,773원으로 뚝 떨어졌다. 2014년 대비 12.1%나 감소했으며, 2만원 이하가 된 것도 처음이다. 이렇게 책을 안 읽으니 출판계는 장기 불황에 허덕일 수밖에 없고, 출판인들의 낯빛은 흙빛이다. 1분기가 1년 가운데 가장 책이 많이 팔렸던 시점이었던 만큼 1분기의 부진한 실적을 감안할 때 올해 책장사도 볼 장 다 봤다는 뜻인 거다.

요즘 그나마 팔리는 책이라야 학생들 참고서를 빼면 돈 버는 책이나 처세서, 자기계발서가 대부분이다. 인문·교양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100만 부를 넘던 베스트셀러 작가가 10만 부만 넘기면 '신드롬'이라고 하는 세상이니 더 얘기할 것도 없다.

우리가 책을 멀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 나는데 굳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을 깊고 넓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방송도, 인터넷도 아니고 바로 문자매체다.

출판 불황은 곧바로 문학의 위기로 연결된다. 전업작가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다른 일을 해야 하고, 이는 다시 문학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21세기 문화전쟁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무기는 정확한 정보와 다양한 지식이다. 책이야말로 정제되고 검증된 정보와 지식의 보고다. 그런데 우리는 기묘하게도 눈앞의 책도 안 보는데 거대한 문화융성을 얘기하고, 작가들 기죽이는 여건만 들이대면서 글 안 쓴다고 쑤군대고, 시·소설 한 권 사는 일에 인색하면서 노벨문학상에는 촉을 세운다.

책을 읽지 않는 우리 국민이 책을 가까이 접할 수 있게 도서구입비에 대해 소득세 특별공제라도 해줘야 할 지 검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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