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 전주일보
  • 승인 2016.05.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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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욱 법무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에 관한 이야기를 아십니까?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저울을 높이 쳐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 디케.

칼은 범죄자들에게 형벌을 가하기 위한 국가권력을 상징하고, 저울은 분쟁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함이라는데, 묘한 것은 여신은 늘 눈을 감고 있거나 안대로 두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고,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평무사·불편부당한 기준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법관은 신이 아닌 인간의 위치이면서도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나들이를 하는 할아버지의 두루마기처럼 넓은 소맷자락을 가진 검은 법복을 입고 높은 법대위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당사자들의 주장을 경청하면서 재판을 진행하는 근엄한 재판장의 모습은 그 자체가 권위의 상징입니다.

헌법 제103조는‘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헌법과 법률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그 양심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무줄입니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청탁에 물들지 않고, 세론(世論)에 흔들림이 없는 자세, 그것이 용기 있는 법관의 양심일진데 말이 그렇지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구치소 접견과정에서 수십 억 원의 수임료 반환여부를 둘러싸고 의뢰인에게 폭행당했다는 의혹과 거액 수임료 논란과정의 중심에 서 있는 최유정 변호사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곳 군산지원의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장래가 촉망되던 법관이었습니다.

그가 검은 법복을 입고 법대 위에서 두터운 사건기록을 읽어보면서 재판 당사자들을 내려다보던 단호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변신한 최 변호사는 100억 원대 해외원정 도박혐의로 구속 기소된, 저~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를 연상시키는 인상을 가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라는 정 모씨의 항소심 변호를 맡아 재판부와의 교제 및 청탁목적으로 50억 원을, 사기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솜투자자문 대표 송 모 씨의 변호를 맡아 같은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각각 50억, 합해 100억이라니 참 세상에 돈이 많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이 돈 때문에 지금은 검은 법복 대신 푸른 수의를 입었습니다. 또한 법대위에서 재판을 지휘하던 법정 대신 구치소 내 좁은 감방 안을 서성이며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정 모 씨의 도박사건과 연관되어 검사장출신인 홍만표 변호사도 심사가 편안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개업 후인 2013년 그의 한해 수임료 수입이 91억 원이었다는 사실이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상위 납부자 공개 자료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호사가들은 장부에 적은 것만 그렇지, 누락한 사건이 있다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입방아를 찧어 댑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과 대검 수사기획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대표적 특수통검사 출신인 그가 전관예우라는 관행적인 법조비리 없이 단기간에 100억대에 가까운 수임료를 챙 길수 있겠는가하고 의아해 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분노하며 가질 수 있는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어쩌다 내 신세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정확한 속내는 알 길이 없습니다. ‘악덕 변호사는 배고픈 사자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는 변호사법 제1조 1항의 정신은 법전 속에만 있는 공염불이 된 것 같습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과정을 수료하고 판·검사가 되면 가문의 영광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고을이 축제 분위기이던 것도 이제 옛말이 된지 오랩니다.

로스쿨이라는 ‘양계장’ 같은 학교에서 한해 2,000여 명씩 쏟아져 나오는 신규 법조인들은 대기업 직원의 평균연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를 받으며 일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건 당 몇 십억씩의 선임료를 챙기는 변호사가 공생하고 있는 꿈같은(?) 이 나라의 현실이 참으로 기가 막힐 뿐입니다.

/최정욱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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