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머슴과 들무새 리더’를 뽑자
‘진짜 머슴과 들무새 리더’를 뽑자
  • 임현철
  • 승인 2008.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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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5대 국정지표 가운데 첫 번째는 ‘섬기는 정부’다.

이 국정지표는 역대 정권의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겠다’는 국정 방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국정지표의 맨 앞에 ‘섬기는 정부’를 올려놓은 것은 과거 정권이 독선과 오만에 빠져 국정을 그르치다 결국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던 지난날의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직자는 서번트다. 국민을 위한 머슴이다. 말로는 머슴이라고 하면서 국민에게 머슴과 같은 역할을 했는지, 공직자들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머슴은 주인인 국민보다 일찍 일어나 일해야 한다.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서는 그 역할을 할 수가 없다”며 공직자들의 머슴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특히 새 정부가 ‘섬기는 정부’를 국정 최고의 지표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그 나름의 소명의식이 읽혀지기도 한다.

최근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섬기는 리더십’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리더십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에는 카리스마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전통적인 권위가 해체되면서 이런 리더십은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하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섬기는 리더십이다.

섬김이란 주인을 모시고 받든다는 ‘머슴’과도 같은 말이다. 머슴의 사전적 의미는 농업노동자로 고주(雇主), 즉 주인과 함께 살면서 농사 및 가사노동을 하며 그 대가를 제공받는 사람이다.

또 ‘들무새’란 순수 우리말도 있다. 뒷바라지하는 데 쓰이는 물건 또는 몸을 사리지 않고 궂은일이나 막일을 힘껏 돕는 것을 뜻하는 말로 머슴의 역할과 비슷하다.

요즘 머슴과 들무새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것도 머슴 중에 상머슴이 되겠다고 한다. 바로 총선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의 얘기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주인인 국민이 시키는 대로 죽도록 일만 하겠다고 말한다. 총선에 나선 후보자들이 하나같이 머슴과 들무새를 자처하고 있어 정작 유권자들은 누가 진짜인지 헛갈릴 정도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먼저 일을 만드는 사람(maker)과 일에 대해 파괴적인 사람(breaker), 마지막으로 역량이 부족해 일의 흉내만 내는 사람(faker) 등이다.

머슴과 들무새의 역할은 일을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을 만드는 사람은 항상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 대통령이 말한 공직자는 일을 만드는 머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후보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머슴 중에 상머슴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 때만 잠시 머슴 구경을 할 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어느 순간 머슴과 주인이 뒤바뀌었던 경험을 수도 없이 반복해 왔다.

제18대 총선거일이 보름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총선 후보자 등록과 함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거리에는 수많은 후보자들의 사진이 게재된 선거 벽보도 붙게 된다.

그 벽보 중에는 일에 대해 파괴적인 사람과 일의 흉내만 내는 사람, 일을 만드는 사람 등이 뒤섞여 있다.

유권자들이 아무리 헛갈려도 눈을 부릅뜨면 진짜 머슴과 들무새는 반드시 보이게 마련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일을 만드는 사람, 메이커 고르는 일을 게을리하면 우리는 또 4년 동안 상전(上典)을 모셔야 한다./임현철 부국장․총선특별취재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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