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공화국
성형수술 공화국
  • 전주일보
  • 승인 2016.04.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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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을 현대의학의 산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성형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3000년쯤 이집트에서 도구를 이용한 수술로 코뼈나 턱 골절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상류계층을 중심으로 성형이 성행하는가 하면, 미라도 성형했다고 한다.

기원전 800년쯤 고대 인도에서는 코 복원 성형수술이 성행했다. 당시 흉악범들은 코를 자르는 형벌에 처해 평생 낙인을 찍었다. 때문에 코 잘린 범죄자들은 어떻게든 코를 다시 만들고 싶어했다. 다른 부위 피부 조각을 떠내 코 부분을 덮는 수술 방법은 기원전 500년쯤 수쉬루타라는 의사가 쓴 '사미타'란 책에 자세히 기술돼 있다. 이것이 기록상 인류 최초의 성형수술이다.

우리나라 성형의 역사도 의외로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700~1800년 전인 삼한(三韓)시대에 '편두(두개골 변형)' 풍습이 있었다고 중국 사서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은 전하고 있다. 편두란 갓난아이의 머리를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 이마 부분이 들어가고 뒷머리가 튀어나온 '짱구'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시술을 감행할 만큼 당시 사람들의 짱구머리에 대한 집착이 유별났던 모양이다. 1976년 경남 김해 혜안리 고분에서 1600년 전 이 같은 편두 풍습을 보여주는 인골이 대거 발견된 바 있다. 이 시대에는 문신과 의도적인 발치도 성행했다고 한다.

성형에 대한 삼한인의 집착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인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전국 160개 병원 홈페이지 정보를 바탕으로 미용 성형시술의 종류를 집계한 결과, 모두 15개 신체부위에 134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난이도에 따라 구분되는 '수술'과 '시술'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세분하면 940여종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성형 건수 1위' 자리도 고수했다. 지난해 발간된 국제미용성형외과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체 성형수술 및 미용시술 건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7위였으며, 인구 1만 명당 건수로는 1위였다.

인구 1만 명당 성형수술 건수는 131건, 보톡스 시술 등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미용시술 건수는 79건으로, 각각 이탈리아(성형수술 116건)와 미국(미용시술 65건)을 여유있게 제쳤다. 가히 ‘성형수술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윤종채/무등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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