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점심
  • 전주일보
  • 승인 2016.02.0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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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點心)이란 말은 원래 하루 두끼가 기본이었던 중국에서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마음에 점을 찍고 넘겼다' 혹은 '간단한 음식'이란 의미로 사용됐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본래 하루 세끼의 밥을 다 먹었던 것은 아니다. 정조때의 학자 이덕무의 '안엽기'에 한국인은 조석 2식으로 한끼 5홉씩 하루 한되를 먹는다 했다. 병조참판이던 정의양도 양식비축을 상소하는 글에서 조석 2식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우리 문헌에 점심이 처음 나온 것은 태종 6년(1406년)의 실록. 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임금은 각 관아에서 점심을 폐하라는 전지를 내렸다. 이 때의 점심은 중앙관서에서의 간단한 간식과 다시(茶時)를 말함이다. 여염의 백성들이 점심을 먹은 것은 근세의 일로 여겨진다.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펴낸 '조선의 풍습'에도 이에 관한 언급이 있다. 영조·정조시대의 학자 안정복이 편찬한 '성호사설유선'이라는 기록을 인용해 백성의 곤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곧 지배계급들은 아침해장·아침식사·아침중참·점심·점심중참·저녁식사·밤참 등의 명목으로 하루 일곱 번씩이나 먹은데 비해 근로인민들에 대해서는 하루 한두끼의 식사를 겨우 보장했다고 적고 있다.

직장인들이 점심을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로 해결하거나 직장 근처의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먹게 된 것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직장과 집이 멀리 떨어지고 장시간 근로가 일반화하면서 아침과 저녁식사 사이의 허기를 해결하는 새로운 점심문화가 생겨난 셈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1천165명을 대상으로 '런치투어족(점심 때 식사를 하지 않거나 간단히 해결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일컫는 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4.2%가 '나는 런치투어족'이라고 답했다. 런치투어족들은 ‘식당에서 빨리 먹는다’(55.3%), ‘샌드위치, 김밥 등 가볍게 먹는다’(21.3%),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17.7%) 등으로 답변했다. ‘그냥 굶는다’도 5.7%나 됐다. 런치투어 유형은 ‘독서 등 취미생활’(38.7%, 복수응답)이 대다수였다. 그밖에는 ‘관공서와 은행 업무’(27.7%), ‘쇼핑, 장보기’(24.5%), ‘헬스, 수영 등 운동’(13.1%) 등이 있었다.

바쁜 직장인들에게 점심은 여유와 대화를 즐길 기회이지만, 자투리 시간을 자기계발에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윤종채/무등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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