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라면
  • 전주일보
  • 승인 2015.11.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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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거리에서 혼자 점심을 먹게 될 때는 아무래도 김밥보다는 라면을 선택하게 된다. 짙은 김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콱 쏘는 조미료의 기운이 목구멍을 따라가며 전율을 일으키고, 추위에 꼬인 창자가 녹는다.” “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을 하게 되면 인이 박힌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세상은 짜장면처럼 어둡고 퀴퀴하거나, 라면처럼 부박(浮薄)하리라는 체념의 편안함이 마음의 깊은 곳을 쓰다듬는다. 이래저래 인은 골수염처럼 뼛속에 사무친다.”

작가 김훈이 라면을 먹는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다 읊조리고, 마치 안 내려올 듯 자전거에 올라타(‘자전거 여행’) 바다까지 배회하고선(‘바다의 기별’) 이제 라면 한 그릇을 차지했다.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읽다보면 서민의 고단한 삶에 천착하고, 그 삶을 자신의 것으로 육화한 작가의 깊은 내면이 느껴진다.

안도현 시인은 ‘라면 예찬’이라는 글에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요즘처럼 라면이 흔하지 않아 내 또래 아이들에게 라면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고 적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라면에 대해 “인스턴트 라면을 끓일 물만 있으면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을 수 있다지만, 인스턴트 라면을 주면 그 무엇도 가르쳐줄 필요 없이 평생 먹을 수 있다.”고 평한 바 있다.

라면은 중국의 납면(拉麵, 라미엔)이 일본으로 전해져 ‘라멘’으로, 그리고 우리나라로 건너와 ‘라면’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이 76개(개 당 120g 기준)로 독보적인 세계 1위인 것이다.

라면은 국수를 증기로 익히고 기름에 튀겨서 말린 즉석식품이며, 가루스프를 따로 넣는다. 이에 따라 라면에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열량이 높아 한 봉지에 대개 500㎉ 정도이다. 라면 종류에 따라 칼로리 함량이 다르므로 라면을 구입할 때는 라면 봉지에 표시돼 있는 열량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조리할 때 열량을 낮추기 위해 라면을 끓는 물에 한번 끓여 건져내면 기름과 식품첨가물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나트륨(염분)과 식품첨가물의 함량이 높은 스프는 절반만 사용하는 것이 좋고, 라면에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을 보충하기 위해 달걀, 채소 등을 넣어 조리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라면 국물은 되도록 다 먹지 않고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종채/무등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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