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 초기에 잡아라!
류마티스관절염 초기에 잡아라!
  • 전주일보
  • 승인 2015.10.0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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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재 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내과 전문의

세포생물학과 면역학의 발달로 면역체계의 실체가 밝혀지고 그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여러 질환들이 생긴다는 것도 알려졌다.

특히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세포가 도리어 자신을 공격할 때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은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왜 자가면역 성향이 생기는지’는 미스터리였다.

때문에 질병에 관한 조언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류마티스 관절염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정체

류마티스관절염은 손과 발 등의 작은 관절에 주로 생기는 염증질환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관절을 싸고 있는 윤활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퇴행성관절염처럼 기본적으로 관절이 아프지만, 붓기는 더 심하고 열감이 있으며 움직일 때보다 쉴 때 더 불편한 것이 특징이다.

발목을 삐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관절 하나에 생긴 약간의 손상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하물며 손가락 작은 마디마디를 움직일 수 없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또한 관절들에 불이 붙은 것 같은 심한 통증이 더해지니 고통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류마티스 환자들은 화장실에 갔다가 뒤처리를 할 수 없어 곤혹스런 상황을 당하고, 문을 돌릴 수 없어 화장실에 갇히거나 젓가락질 같은 간단한 행동조차 할 수 없어 일상에 극심한 불편을 겪는다. 심해지면 우울증까지 동반된다.

또한 심한 전신증상이 따라오기도 하고 폐, 심장, 눈 등 장기를 침범하기도 하며, 치료를 미루거나 증상을 방치할 경우 관절에 염증이 계속되어 관절이 녹아내리고 달라붙어 기능을 상실하기도 한다.

△조기진단이 어려운 이유

질환의 병태생리적 이유보다 사회문화적인 이유로 류마티스 관절염은 더 많은 고통을 유발한다. 각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남자보다 여자가 세 배에서 다섯 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하고,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더 발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유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어져 조기진단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비싼 치료제를 권유했을 때 비용이 부담스러워 치료를 늦추는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더 큰 문제로 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류마티스관절염은 진단과 즉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발병 후 1년 이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이 녹아내리고 변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조기진단을 통해 관절의 뒤틀림을 막는 항류마티스제제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요즘은 혈청 양성 류마티스관절염(류마티스인자나 항CCP항체가 양성인 경우)에는 특례상병이 적용되어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경제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은 조금 덜어진 셈이다.

조기진단이 늦어지는 또 다른 장애물은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한 홍보와 대국민 교육의 부족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류마티스 전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류마티스관절염을 ‘단순히 다리를 많이 사용해 아픈 관절통’쯤으로 오인하고 참거나 통증치료만 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이해와 교육이 시급하다.

△치료와 주의해야할 점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는 약물이 그 근간이 된다. 약물은 크게 통증과 염증을 완화시키는 약(부신겉질호르몬,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과 관절의 파괴를 막는 항류마티스제로 나뉜다. 증상을 완화하는 약은 초기에 증량해 증상을 조절하고, 항류마티스제는 약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두 세 달이 걸리므로 지루하더라도 참고 기다려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조기에 염증을 조절했다 하더라도 항류마티스제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증상 없이도 관절의 변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필요가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완치율이 낮은 질환이지만 치료목표를 현실성 있게 잡는다면 결코 조절이 힘든 병이 아니다. 환자에게 병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의로 약을 중단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때로는 치료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산행(山行)의 계절이 왔다. 잦은 산행 이후 관절이 콕콕 쑤시거나 타는 느낌이 온다면 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의 기전을 잘 이해해 건강한 산행, 즐거운 계절을 보냈으면 한다.

김유재/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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