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한가위
  • 전주일보
  • 승인 2015.09.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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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은 음력 팔월 보름으로,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또한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명절로 풍요의 대명사다. 추석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이다. 또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가배는 가위를 이두식의 한자로 쓰는 말이다.

본디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기서 ‘길쌈’이란 실을 짜는 일을 말한다. 신라 유리왕 때 한가위의 한 달 전인 음력 7월 16일부터 나라 안의 여인들이 궁궐에 모여 두 편으로 나눠, 공주 둘이 한 편씩 거느리고 한 달 동안 밤낮으로 베를 짜서 한 달 뒤인 한가윗날 그 동안 베를 짠 양을 가지고 많고 적음을 견주어 진 쪽 이긴 쪽에게 잔치와 춤으로 갚은 것에서 ‘가배’라는 말이 나왔다. ‘아름다울 가 嘉’자에 ‘풀무 배 排’자를 쓴다. 가배라는 말이 훗날 가위라는 말로 변했다.

농경사회에서 추석은 새 곡식과 햇과일이 나오는 풍성한 가을을 상징한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5월은 농부들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하여 땀을 흘리면서 등거리가 마를 날이 없지만 8월은 한해 농사가 다 마무리된 때여서 봄철 농사일보다 힘을 덜 들이고 일을 해도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니 그만큼 추석은 좋은 날이다.

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듯이 추석은 연중 으뜸 명절이다. 특히 농촌에서 가장 큰 명절이니 이때는 오곡이 익는 계절인 만큼 모든 것이 풍성하고 즐거운 놀이로 밤낮을 지내므로, 이날처럼 잘 먹고 잘 입고 놀고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새삼 간절해진다.

이후로 추석이 되면 새로 마련한 옷을 입고 강강술래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추며 마음껏 놀았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땀 흘려 가꾼 곡식을 가지고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먹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성묘를 하는 아름다운 풍속으로 오늘날까지 내려오게 됐다.

많은 농산물이 수입되고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오늘 날에 이르러 추석의 의미는 다소 변질되고 퇴색되고 있지만 세시명절의 위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추가절을 맞아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행복을 추석만월에 기원해본다.

윤종채/무등일보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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