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삼관왕과 전관예우
고시 삼관왕과 전관예우
  • 전주일보
  • 승인 2015.08.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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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귀동 변호사

오래전부터 법조계에서는 전관예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판사나 검사를 역임한 변호사의 사건에 현직 판사나 검사가 다른 변호사의 사건에 비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유리한 결정이나 판결을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권력 카르텔이다. 이러한 논란은 로스쿨 도입 등으로 우리나라 사법체계 근간이 바뀌고 있음에도 파장의 강도를 더하며 여전히 우리사회 뜨거운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전관예우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최근에는 변호사가 형사사건 의뢰인과 사건의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이 또한 전관예우의 금지를 염두에 둔 판결로 법조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전관(前官)의 뜻인 관(官)에 관하여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원래 삼관왕(三冠王)은 1963년도까지 시행된 고등고시 시험제도가 있을 때, 고등고시 사법과· 행정과·외무과에 모두 합격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전 농림부장관 장덕진 씨가‘고시 3관왕’의 원조다. 이후 행정고시 수석, 외무고시 차석, 사법시험 후 판사로 임관된 고승덕 씨에게도 같은 영예가 부여됐다.

원래 용어를 이론대로 한다면 고등고시나 행정고시를 합격하여 사무‘관’으로 임용되었고, 사법시험을 합격하여 판사나 검사로 임‘관’된 사람 중에 모두 수석을 차지한 사람을 3관왕으로 지칭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가 통상 체육경기대회에서 1등을 하여 금메달을 획득한 사람만을 왕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하나 따면 1관왕, 2개 따면 2관왕, 3개 따면 3관왕이라고 부르며,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따면 3관왕이 아니라 2관왕으로 칭하게 된다.

그런데도, 수석이 아니어도 고시라고 하는 시험에 합격한 숫자 만 놓고 2관왕이니 3관왕이니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웃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은 위 고시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공인회계사까지 넣어 3관왕으로 자칭하며 일반인을 기망 내지 현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그러한 전관을 예우하는 것은 비단 법조계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행정부 등의 고급관료나 유사 전직자들에게도 같은 직역에서 재직할 때와 유사한 대우를 해 주는 것이 온정사회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온정주의가 지배하는 우리사회에서 종전에 모시던 상사였거나, 같은 전직 직종의 사람들에게 종전과 같은 예우를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하여 판결이나 처분의 형평이 깨지고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긴다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공정으로 상징되는 민주사회의 기본질서를 깨뜨리는 행위이자 엄연한 범법행위인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법을 개정하여 전관예우를 하지 못하도록 사건의 수임까지 제한하고 있다.

전직 판사였던 필자도 개업초기에 알게 모르게 전관예우를 받았을 수도 있지만, 필자가 판사의 직에 있으면서 지득(知得)한 법률적인 노하우 덕분에 사건이 잘 해결되었을 경우에도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전관예우란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현직 법조인들은 대부분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사건해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 흘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극소수의 사건에서 또는 극소수의 현직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부당한 전관예우를 하는 경우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것으로 법조계 전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도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어떤 분야든 일부 부정적인 부분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마땅히 시정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전체의 분위기로 매도되어 조직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법조계 뿐 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가 깨끗하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결정과 처분이란 구조 속에서 움직여야 살맛나는 사회가 될 것인데, 국민이 느끼는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떠한지 자못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김귀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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