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이름
태풍 이름
  • 전주일보
  • 승인 2015.08.25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른 자연 현상이나 재난과는 달리 태풍은 어엿하게 자신만의 이름을 갖고 있다. 한 번 발생한 태풍은 일주일 이상 지속돼, 같은 지역에 동시에 여러 개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혼선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구분하기 쉬운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태풍에 처음 이름이 붙여진 것은 1953년 호주의 기상예보관들에 의해서다. 그들은 처음에 싫어하는 정치가 이름을 많이 붙였다고 한다. 이어 미국 공군과 해군에서도 공식적으로 태풍을 명명하기 시작하면서 주로 예보관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즐겨 사용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1978년까지는 태풍에 여성의 이름이 붙었다. 그러다가 여성단체들의 강력한 항의로 남자와 여자 이름을 번갈아 쓰게 됐다.

태풍의 이름은 1999년까지는 괌에 있는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다. 2000년 부터는 태평양 연안 14개국에서 국가별로 10개씩 태풍이름을 받아, 총 140개를 5개조로 나눠 1조부터 5조까지 28개씩 차례로 쓰고 있다.

이름을 낸 나라는 중국 ·한국·북한·홍콩·일본·라오스·마카오·말레이시아·미크로네시아·필리핀·캄보디아·태국·미국·베트남 등 14개 나라이다. 대부분 피해를 줄이려는 마음을 담아 연약한 의미의 이름을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공모를 통해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 등 10개의 이름을 제출했다. 주로 작고 순한 동물이나 식물 이름으로, 태풍이 온화하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북한은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무지개, 메아리, 종다리, 버들, 노을, 민들레, 날개 등의 이름을 냈다.

태풍위원회에서는 특정 태풍에게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회원국이 해당 이름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퇴출된 이름은 다시는 태풍 이름으로 쓰이지 못한다.

2003년 ‘수달’은 미크로네시아의 요청으로 ‘미리내’로, 2005년 ‘나비’는 일본의 요청으로 ‘독수리’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의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해 루사는 '누리'로, 매미는 '무지개'로 이름이 바뀌었다.

태풍의 이름이 바뀌는 이유가 어찌 보면 우리가 이름을 바꾸는 사유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태풍과 같은 이름을 새로운 태풍에게 붙였다가 혹시 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까 우려해서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최소화하고 싶은 우리의 바람을 태풍 개명으로 표현하는 것이리라.

윤종채/무등일보 논설주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