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
장 마
  • 김창종
  • 승인 2015.06.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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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에 정신이 팔려 위기감이 덜한 느낌이지만 지구촌은 지금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의 주요 곡창지대인 아이오와와 위스콘신주(州) 등 중서부 지역은 매년 이맘때마다 홍역을 치른다. 지난 2008년에도 토네이도를 동반한 대홍수가 발생해 5만여 명의 이재민이 길거리로 나 앉았다. 200억m의 농토가 초토화됐으며 재산피해도 15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에 비하면 미국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같은 해, 100년 만의 폭설에 사상 최악의 쓰촨성 대지진까지 겪은 중국은 광둥성, 후메이성 등 중남부 9개 성(省)에 50년 만의 폭우가 쏟아져 대륙의 절반가량이 물에 잠겼다. 20만 채의 가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1,800만 명의 주민들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이들 나라에 몰아친 폭우는 국제 곡물가격을 폭등시켜 세계경제의 숨통을 조이곤 한다. 특히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미국의 옥수수는 매년 최고가를 경신하며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빈민국 국민의 기아도 문제지만, 당장 우리 축산업계도 직격탄을 맞아 아우성이다.

우리나라도 폭우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장마로 인한 재산피해는 1조 원 가량. 귀한 생명도 106명이나 잃었다. 2001년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에 타격이 컸다.

특히 이 무렵 충남 태안에는 1시간에 무려 143mm의 ‘물 폭탄’이 쏟아져 1998년의 200mm 신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이날 하루에만 433mm의 비가 내렸다하니, 1년 강수량의 1/3이 하루에 쏟아진 셈이다.

우리 국민이 기억하고 있는 최악의 물난리는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59년 9월. 오곡백과를 빚어 차례를 올리려던 민초들은 추석날 아침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사라’에 혼비백산했다. 내륙에 상륙하지도 않고 서해를 타고 북상한 이 메머드급 태풍은 849명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가며 근대사 이래 가장 큰 물난리로 기록되고 있다.

장마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과 성질이 찬 오호츠크해 기단이 만나 매년 이맘 때 국지성 호우를 뿌리는데, 기단(氣團)의 위치와 습도, 바닷물의 온도 등으로 예측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수퍼컴퓨터로도 정확한 것을 맞출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마침내 올 장마가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는 예보다. 메르스 사태 속에 경황은 없겠지만 미리 대비하고 꼼꼼히 살펴 비 피해를 최소화했으면 좋겠다.
김창종/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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