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재판
동물 재판
  • 전주일보
  • 승인 2015.06.15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세에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돼지나 말, 소, 닭, 새, 벌레 같은 동물들이 법정에 서는 일이 많았다. 가령 수도사들이 음식이나 집안 가구를 축내거나 갉았다는 이유로 흰개미를 법정에 세운다면 판사는 피고가 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방 처분을 내리는 것이 그런 예가 된다.

비록 동물이지만 이 동물 재판은 인간의 재판과 마찬가지로 국왕이나 영주의 재판소, 또는 교회의 재판소에서 인간의 경우와 똑같은 절차로 진행되었다. 기소문이 낭독되고, 변호사의 변론이 이어지고, 형량도 죄에 따라 사형에서 파문, 무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다.

이 재판은 동물 우화를 흉내내거나 법정 드라마를 패러디한 것이 아니었다. 진지했다. 과연 동물을 상대로 법리 공방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의문도 있겠지만, 학자들은 그 배경에 인간과 자연(동물)을 동등하게 보려고 하는 정신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예로 피고로 출정한 돼지나 말, 소 등에게 인간의 옷을 입힌 경우를 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120년부터 1541년 사이에 이런 동물 재판이 80회나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돼지의 재판이다. 최초의 재판은 1266년 아기를 죽여서 먹은 수 돼지의 살인 사건이다. 사형이 선고되어 이 돼지는 파리 교외에서 화형에 처해졌는데 이후에도 부르고뉴 지방의 돼지와 오를레앙의 돼지가 어린이를 해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오를레앙의 돼지는 죽은 아이의 몸에 난 상처가 돼지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해서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또 벨기에서는 1578년 살인죄가 적용된 암소에게 사형이 언도 되었는데 그 고기는 정육점에서 팔아 수익의 절반을 유족에게 주고, 나머지는 시 재무수입과 빈자에게 나눠 주라는 판결이 나온 일도 있다.

포도밭을 해친 모충 재판 때는 사교구의 판사가 3번씩 출정을 명하는 계고를 낸 후 파문을 선고한 일도 있다. 형법학자는 동물 재판은 웃기자는 게 아니라 일종의 ‘응보-교육형’으로서 인간에게 두려움을 갖게 하여 같은 범죄의 재발과 다발을 막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표적인 맹견으로 알려진 핏불테리어끼리 싸움을 붙여 수억 원대 도박판을 벌인 일당 29명이 검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야산을 돌며 투견판을 벌였다. 투견도박에 오간 판돈은 6억여 원. 투견도 주인과 함께 재판에 넘겨야 근절 되려나. /무등일보 주필  김갑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